새내기 공무원이 생활고를 호소하는 민원인에게 자비로 쌀과 라면을 지원하는 등 미담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경기도청 세정과 세무관리팀의 전종훈 주무관은 지난 9월 20일 당직근무 중 새벽 2시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원시에 사는 장애와 생활고 등 이중고로 고생하는 한 시민이었다. 그는 "최근에 일자리를 잃었다", "뇌질환을 앓고 있어 3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데 검사비가 180만 원이나 한다",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 주무관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해당 시민에게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해당 시민은 울먹이기도 했다. 전 주무관은 식사도 못했다는 말에 주소를 물었다. 주소를 알리지 않았지만 전 주무관은 민원 목록에 적혀 있던 주소를 찾아내 직접 라면과 쌀을 주문해 민원인의 주소로 보냈다.
전 주무관은 발령받아 경기도청에서 일한지 1년 남짓 된 새내기였다. 군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2019년 9월 23일 전역한 후 다음날인 9월 24일 발령을 받아 바로 일을 시작했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보냈고 군대에서 일과후 주어지는 저녁 개인 정비 시간을 모두 공무원 시험 준비로 보냈다.
이같은 전 주무관의 행동은 해당 시민이 직접 찾아오는 등 나중에 뒤늦게 주변에 알려졌다. 전 주무관은 "저에 대한 관심이 쑥스럽고 당황스럽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가 만난 민원인과 같이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그분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 주무관은 자신도 어릴 적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며 '어릴 때는 그런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당시 감정이 떠올라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 주무관은 "민원인께서 고맙다며 저를 찾아오셨다. '나에게 이런 것을 보내지 말라. 나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다'는 말을 하셨다. 아직도 상처와 어려움이 있으신 것 같아 그분의 말을 더 들어주려 노력했다”며 “도민을 섬기는 공무원이 제 직업이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했다.
전 주무관은 "세무관련 업무를 하면서 어려운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공무원으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돕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세정과 직원들은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세심히 살펴보고 도민들이 억울한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전 주무관은 "경기도청에서 좋은 선배들과 일할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이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도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 앞으로도 억울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전 주무관은 "생활 중 불편이나 어려움이 있는 도민께서는 부담을 갖지 마시고 언제든 도청으로 전화하시면 된다. 특히 세금 관련 문의는 세정과에서 친절히 상담받으실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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