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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 "40대가 되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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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 "40대가 되면 더 좋아요"

[북토크]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

"작가님의 말하기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하면서도 정감 있는 것 같아요. 비결이 뭔가요?"

"회사에서 막내인데 성인지감수성이 결여된 사람들과 일하고 있어요. 직장에서 어떤 말하기로 어울릴 수 있을까요?"

지난 14일, <프레시안>이 '2020 온라인 프레시안 리프레시 데이'의 첫 행사로 <말하기를 말하기>(콜라주 펴냄)를 쓴 김하나 작가를 초청해 북토크를 열었다.

<말하기를 말하기>는 어릴 적 누구보다 숫기 없고 내성적인 아이였다가 지금은 팟캐스트 '책잀아웃'의 진행자로 일하고 있고, 그밖에도 수많은 강연과 공개방송을 해온 김 작가의 '말하기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이날 북토크도 말하기에 대해 청중이 털어놓은 고민과 질문에 김 작가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작가는 "몇 번 하다보니 이 책의 북토크는 점점 '말하기 클리닉'이 되어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말하기를 말하기> 북토크는 '이벤터스'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웨비나(웹을 통한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중들은 북토크를 보고 듣는데서 그치지 않고 채팅을 통해 다른 이들의 고민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북토크 사회는 김 작가의 동거인이자 그와 함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위즈덤하우스 펴냄)를 쓴 황선우 작가가 맡았다.

▲ '말하기를 말하기' 온라인 북토크 중인 김하나 작가(오른쪽)와 황선우 작가(왼쪽). ⓒ프레시안(최형락)

PC한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는 것보다 배우려는 자세

첫 질문은 김 작가의 말하기 비결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김 작가처럼 PC하면서도 정감 있는 말하기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작가는 "'PC하면서도 정감있다'는 말은 제가 (제 말하기에 대해) 듣고 싶던 말씀"이라며 SNS에서 '이건 PC하지 않다'고 따지면서 예의 없이 구는 이를 본 경험을 꺼내들었다.

김 작가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지적한 내용에는 생각할 부분이 있지만 말하기 자세나 예의없음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예의를 놓치면서 말하는 PC가 뭘까 생각하게 된다"며 PC한 내용에 못지 않게 말하기에서는 상대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PC한 말하기를 하려면 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들으며 견문을 넓혀야 한다"며 "모든 걸 아는 상황에서 완벽하게 PC한 말을 하겠다고 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는 것보다 열어놓고 생각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작가도 "말하기는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것이므로 올바른 말을 하더라도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다면 찌르는 무기가 된다"며 김 작가의 생각에 공감을 표했다.

▲ 김하나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직장 동료와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여성 직장인 혹은 페미니스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도 나왔다. 직장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말을 하는 이들과 어떤 말하기로 어울려야 하냐는 것이었다.

김 작가는 채팅창에 올라온 "그런 사람들과는 안 어울리면 안 되나요"라는 또 다른 청중의 글을 읽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작가는 "어떤 말하기로 잘 어울릴 수 있을까를 물으셨는데 '어떤 말을 해야지'보다 '어떤 응답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농담을 하면 웃지 않는 것, 그래서 내가 어떤 말을 던져서 상대가 꼬투리를 잡을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당신의 농담이 예의 없거나 재미없다는 걸 드러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 작가의 답에 황 작가는 "더 나가면 안 될까. '그게 재미있으세요'라고 물으면 안 될까"라고 물었다.

김 작가는 "그러면 '저 사람 봐라' 이렇게 되면서 불리해지기 쉽고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진다"며 "자신을 학습하고 열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에너지를 쓰는 상황은 줄이고 직장에서는 일에 집중하고 잘 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김 작가가 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김 작가는 "대신 회사 밖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연대감을 구축하고 직급이 오르거나 다른 회사에 가면 다른 문화를 조성하려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주변에서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 작가도 "어떤 사람이 발언할 때 딱 세 명만 '그거 맞다. 나도 그 이야기 들었다'는 식으로 동조하면 힘이 실린다던 권김현영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며 황 작가의 말에 동의했다.

이후에도 두 작가는 '성인지적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을 털어놓으며 한동안 서로 농담을 건넸다.

▲ 황선우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30대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은?..."40대가 되니 더 좋아요"

이밖에도 두 작가와 청중은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고, 나도 있는 그대로 말하기, '서로를 지지하고 힘이 되는 사람의 중요성, 청소년 혹은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 글쓰기와 말하기, 침묵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예정된 시간이 끝나갈 즈음 "김 작가님이 여성들에게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 말에서 울림을 느꼈어요. 혹시 30대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말하기를 말하기> 중 한 장(章)의 제목이 '여성들에게: 우리에겐 겸손할 권리가 없다'다. 김 작가는 책에서 "자꾸만 여성을 투명 인간처럼 지우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더많이 눈에 보여야 한다. 부끄럽고 겸연쩍어도, 우리를 보면서 가능성을 키워갈 또다른 소녀들의 시선을 등뒤에 느끼자. 우리에겐 아직, 겸손할 권리가 없다"고 썼다.

김 작가는 "겸손하지 말라는 말 외에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다. 40대가 되면 더 좋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많은 미디어가 20대가 황금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저는 20대로 돌아갈 마음이 없다"며 "그땐 어설프고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시행착오가 너무 많았고 감정의 진폭도 컸다. 그래서 20대의 나는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31, 32, 33살이 되면서 '30대가 더 좋잖아'라는 생각을 했었고, (미디어와 사회의 20대 찬양에) 속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며 "40대가 되니 더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좋은 건 20, 30대 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저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또 "20대와 30대 초반 즈음의 여성들에게 '여자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입하며 여성을 대상화하는 건 남성 위주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며 "그 대상화에서 벗어나는 데서 오는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다"고도 했다.

김 작가가 말을 하는 사이 채팅창에도 '지금이 훨씬 더 좋다'. '저도 더 좋아지고 있다'는 등 공감의 말이 올라왔다.

▲ <말하기를 말하기> 북토크 청중의 채팅이 올라오는 노트북을 앞에 둔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코로나19 이후 깨달은 온라인 행사의 즐거움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끝난 뒤 두 작가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과 만나는 일의 즐거움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황 작가는 "대면 만남은 진정성 있고 온라인으로 만나면 진정성이 떨어지고 친밀하지도 않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 것 같다"며 "북토크를 오프라인으로도 온라인으로도 해봤는데 저는 온라인으로 만날 때도 사람들과 깊이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오프라인에서 수줍어하시는 분도 온라인에서 댓글을 달기는 어렵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댓글에서 새로운 맥락의 이야기가 나오며 더 풍성한 말을 나누게 된다"고 전했다.

황 작가는 "그래서 온라인 북토크가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하니 이런 방식에 더 익숙해지고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작가도 "오늘 북토크에서 들은 내용을 전달할 때 어떤 분은 저희의 말이 아니라 댓글을 전달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댓글에서 인생의 한 마디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저도 여러분과 같이 만드는 온라인 북토크가 너무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온라인 프레시안 리프레시 데이' 첫 행사는 두 작가의 활약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프레시안>은 다양한 분야의 연사를 초청해 온라인 프레시안 리프레시 데이를 진행할 계획이다.

▲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씀, 콜라주 펴냄) ⓒ콜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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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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