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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인류에게 주어진 '어쩌면' 마지막 전환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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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인류에게 주어진 '어쩌면' 마지막 전환의 기회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코로나 19의 음과 양

"아이는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별 문제 없이 지냈어요. 한약을 복용해서인지, 외출이 줄고 마스크를 착용해서인지 감기도 한 번도 안 걸렸고, 환절기 때마다 생기던 비염도 올해는 괜찮아요."

올 가을 들어 위와 비슷한 대화를 환자들과 자주 나누고 있습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염으로 고생하던 아이들이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약을 처방받은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마스크 착용과 집콕 생활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병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밥 잘 먹고 충분히 자다 보니 아이들의 건강이 오히려 좋아진 것이지요. 부쩍 키가 큰 아이들도 많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올해는 학교폭력 사태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만나지 않으니 싸울 일도 없지요.

물론 좋은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줄어든 활동과 마스크 착용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전에 없던 증상이 생긴 아이들도 있었고, 운동부족과 과도한 영양섭취로 인해 확찐자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어른들이 돌봐줄 시간이 없는 아이들의 식사나 학습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코로나19가 전에 없던 불안과 불편함을 일상에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전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환경자원경제학자 마셜 버크는 열악한 대기질과 그 공기를 호흡함으로써 발생하는 조기사망 간의 연관성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고려했을 때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이 표현은 여러모로 이상하지만- 의문은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혼란으로 인해 공해가 줄어드는 바람에 구하게 된 목숨들이 바이러스 자체로 인한 사망자들을 능가하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아무리 줄여 추정해보아도 내 생각에 그 대답은 분명 '그렇다'다." 그는 단 두 달 동안의 오염 감소만으로도 중국에서만 5세 이하 어린이 4000명의 목숨과 70세 이상 성인 7만3000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팬데믹 패닉>(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북하우스)

올 봄,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시절의 일이 떠오릅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다시 나타난 세계 각국의 맑은 하늘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실제로 올해 거의 모든 날의 미세먼지 수치는 좋음에 머물러 있어서, 한의원 내 공기청정기 한 대는 꺼 놓은 상태이지요. 지젝의 책에서는 이런 코로나19가 가져온 대기질의 변화가 많은 생명을 구한 것 같다는 통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 중의 하나가 바로 '음양론'입니다. 저는 이것을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에 나타나는 순간, 그로 인해 음과 양이라는 서로 상반된 속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음양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전에 없던 불편하고 불안한 현실과 감정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어두운 측면이 드러나는 순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긍정적인 면도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지금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덜어주거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외면 받거나 한가한 소리로 취급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코로나19 시대 이후에도 생존할 것이 분명하다면, 눈앞의 문제 해결과 함께 이로 인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병에 매몰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는 현재의 병을 치료해도 다시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병에 걸리는 것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코로나시대를 사는 인류를 한 명의 환자로 치환한다면, 당장 병을 고치는 것만큼이나 왜 병에 걸렸고 다시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미세먼지의 문제도 있지만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유발된 지금의 상황이 어쩌면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경고 혹은 기회라고 이야기합니다. 바이러스가 멈춰 놓은 지금의 시간이 어쩌면 앞으로 우리의 삶에 결정적 순간이 되리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코로나19만 기억할 것 같은 2020년은 어쩌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일지도 모릅니다. 무척이나 어려워 보이지만, 코로나19의 날갯짓이 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나비효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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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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