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진보개혁 진영의 금기를 깨겠다"

김종철 정의당 신임대표는 13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공정경제 3법, 낙태죄 폐지 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선의의 경쟁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을 해서 제안한 것"이라며 "경쟁하는 것이 어떤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와 전국민 고용보험에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도 포함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낙태죄 전면 폐지 협조 요청도 했다. 그는 "정부 안에 대해서 저희는 약간 실망하고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임신중지는 비범죄하는 것이 맞지 않나. 이런 것에 대해서 민주당에서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진보개혁 진영의 금기를 깨는 말씀을 많이 드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가 1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예방한 정의당 김종철 신임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김 대표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요청에 "상임위에서 빨리 논의해서 결론지을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산업체에서 그런 불행이 종식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민고용보험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도 "기존 안보다 우리도 더 확대하도록 하겠다. 특수고용노동직, 프리랜서, 예술노동자 플랫폼 식으로 확대하려고 하는데 대단한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낙태죄 전면폐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며 "정의당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는데 당내와 당정 간에도 비공식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 안대로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해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정의당 여러분께서 제안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내셔야 한다'"며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다. 협력할 때는 협력하는 게 서민들께 도움이 되고 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협력관계를 에둘러 요청했다.

김종인 "정의당 나름대로 특색이 있어야지 여당에 편승한 정당이 된 것 같다" 쓴소리도

김 대표는 이어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도 예방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긴장감 속에 이뤄진 대화에서 김 위원장의 첫마디는 "정의당은 정의당 나름대로 특색있는 정당이 되어야지, 그동안 여당에 편승하는 그런 정당으로 한 것 같다"는 쓴소리였다.

김 대표는 "실제로는 저희가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고 웃으며 답했지만, 김 위원장은 "정의당은 당명 그대로 정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부각돼야지 존재 가치가 있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실망할수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는 김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당내 논의도 있겠지만 추진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경제3법 뿐 아니라 노동관계법도 같이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걸 정의당에서 좀 앞장서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노동개혁 이슈를 꺼냈다.

김 대표는 "자세한 얘기를 아직 못 들었지만 일단 해고를 조금 쉽게 하자는 방향 아니냐"고 난색을 표하자, 김 위원장은 "내가 얘기하는 건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게 아니다. (노조에 속하지 않은) 전반적인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사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산별노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어쩌다 보니 정책대담 같아졌다"면서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차별받지 않게 동일노동·동일임금 등의 얘기를 국민의힘에서 먼저 말해주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직장노조에 유리한 구조가 돼있으면 노동자 내부에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도 낙태죄 전면 폐지에 뜻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갑자기 저출산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낙태죄 폐지 그 자체에 대해선 설명 못 드리는데?"라며 "우리 같이 출생률이 너무 저하돼 인구가 감소 추세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나라인데 그걸 너무나…"라며 낙태죄 폐지 논란과 저출산 문제를 연결지었다.

김 대표가 "그건(저출산 문제)는 또 다른 방향으로 복지 확충으로 해야하지 않겠냐"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헌재 판결이 있고 하니까 전향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