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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일본 압박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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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일본 압박 이겨낼까

슈뢰더 전 총리 등 독일 시민 "반역사적 철거 결정 철회하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전방위적 외교 압박 속에 설치 1주일만에 철거 위기에 놓이자 한국에서는 물론 독일 현지에서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까지 나서 철거 반대에 나섰다. 소녀상 철거 반대 온라인 청원운동도 진행돼, 12일 오전까지 2700여명이 서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달 말 관할 미테 구(區)의 허가를 얻어 거리에 설치됐다. 하지만 지난 1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협조를 공식 요청했다. 앞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지난달 29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미테구청은 7일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철거 명령의 이유로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碑文)을 설치해 독일과 일본 간의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는 것”을 내세웠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설치 당시 비문 내용에 대한 제출 요청이 없었을뿐더러 비문 내용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설명 문구가 들어있다. 동상 철거 명령의 이유로 비문 내용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의 무리한 행정명령이라고 보고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제출한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인 김소연 씨는 전날 베를린시 미테구청에 소녀상을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편지 전문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했다. 김씨는 이 편지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을 결코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는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를 저버린 반역사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일본 정부가 이러한 잔인한 전쟁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처사”라며 “미테구가 독일 외교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나치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선 안 된다”며 “남편과 함께 미테구가 소녀상을 그대로 유지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7년 9월 한국을 방문한 슈뢰더 전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한 바 있다. 외국의 전·현직 국가원수급 인사가 나눔의 집을 방문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자서전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참여했던 김소연씨는 이 때 한국에 함께 왔으며, 이듬해 5월 그와 결혼했다.

독일 시민들과 현지 교민들은 13일 소녀상 주변에서 철거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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