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5일 광주지방법원 형사8부 단독 심리로 열린 전 씨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은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에는 미치지 못했다.
검찰은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역사의 상대주의, 실증주의로 정당화해선 안 된다”며 “재판장께서 이번 판결로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주시길 바란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사탄'이라고 비난했다. 유가족과 5월 단체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2018년 5월 전 씨를 기소했다.
전 씨 재판의 주요 쟁점은 5·18 당시 헬기 사격 여부였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때 성립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1980년 5월 21일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며 헬기 사격에 대한 목격자들의 진술, 그 진술이 당시 군이 작성한 ‘광주 소요사태분석 교훈집’과 헬기작전명령서 등과 대부분 일치한 점, 광주 옛 전일빌딩의 탄흔은 헬기 사격에 따른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전 씨의 주장을) 518 북한군 배후설, 일제 성노예 피해자 연행 부인, 나치의 홀로코스트 부인 사건 등과 비교해봤다“며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적 진실을 전체인 양 호도하거나 거짓말로 단정하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주장이 표현의 자유, 역사적 상대주의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공개되면 역사적 사실에 반할지라도 정당한 논쟁으로 격상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라며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피고인 회고록의 편집 지침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을 취해 기록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전 씨 측 변호인은 “1980년 5월 헬기에서는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이 없다.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라며 헬기사격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10만 여 명 광주 시민이 그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고 백주대낮에 벌어진 사건의 증거는 차고 넘쳐야 하는데 검찰과 목격자들에게 직접적 증거는 없다”며 “헬기사격설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한낱 허구”라고 주장했다.
전 씨는 지난 2년 5개월, 17번 재판이 열리는 동안 두 번만 출석했다. 전 씨는 건강상 이유를 대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 골프를 치는 모습과 12·12 쿠데타 주역들과 샥스핀이 포함된 호화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전 씨는 18번째 재판인 이번 공판에도 재판부의 불출석 허가를 받고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상 선고 재판에는 출석해야 한다.
한편, 피해자 법률 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지난달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으로 징역 8월을 확정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5·18 유공자를 북한특수군이라고 주장해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지만원씨가 양형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전 씨에게 최소 실형 나아가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을 선고해야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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