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152명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지 5개월여가 지났다. 지난 7월에는 집단감염 발원지였던 부천 물류센터도 재가동됐다. 쿠팡 노동자들은 이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일하고 있을까.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쿠팡은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이후 근본적인 방역 대책이 아닌 몇 가지 보여주기식 조치를 취했고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쿠팡이 방역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쿠팡발코로나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는 28일 유튜브를 통해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쿠팡 부천 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24명의 쿠팡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방식으로 수행됐다. 면접 대상자 대부분은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채워지지 않는 세정용 티슈, 작동하지 않는 거리두기 앱
부천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쿠팡은 △ 손 소독제, 세정용 티슈 등 방역물품 추가 비치 △ 공용으로 쓰던 방한복, 방한화 개인 지급 △ 작업용 PDA에 다른 작업자가 다가오면 알람이 울리는 거리두기 앱 설치 △ 노동자의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을 감시하는 안전감시단 운영 △ 코로나19 수칙 준수 강화 프로그램 가동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위가 만난 쿠팡 노동자들은 쿠팡의 이와 같은 방역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방역물품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았다. 노동자 A씨는 분무 스프레이, 세정용 티슈, 손 소독제 중 손 소독제를 제외한 물품은 떨어진 후에 잘 채워지지 않았고, 업무량이 너무 많아 세정용 티슈가 있다고 해도 노트북 등 같이 쓰는 장비를 닦아가며 일하기는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방한복과 방한화는 개인에게 지급됐다. 문제는 세탁도 개인 몫으로 맡겨졌다는 점이다. 노동자 B씨는 방한복과 방한화를 매일 세탁하기는 쉽지 않고, 이 때문에 위생 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PDA에 설치한 거리두기 앱도 별 소용이 없었다. 노동자 C씨는 거리두기 앱이 불안정해 다른 사람이 옆에 와도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실 앱이 제대로 작동해도 바쁘게 일하던 중 알람이 울린다고 자리를 피하기는 어렵다.
대책위는 쿠팡이 이처럼 허술한 방역 조치를 취한 뒤 안전감시단 운영과 '코로나19 수칙 준수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방역의 책임을 개인에게 넘기고 노동자 통제를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수칙 준수 강화 프로그램'은 '마스크를 10초 이상 내리는 것', '1m 이내에 다른 사람과 10초 이상 있는 것' 등의 행위를 나열하고 안전감시단이 이 같은 행위를 적발하게 한 뒤 적발횟수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서 작성, 경고장, 징계위원회 소집과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 특수성 고려한 근본적 방역 대책 세워야"
대책위는 "쿠팡은 2400명의 안전감시단을 고용하고 거액의 임금을 써가며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며 "그러나 집단감염 이후에도 쿠팡의 방역 조치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닌 보여주기식이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쿠팡은 업무 중 이동이 빈번해 완전한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쿠팡 노동자의 고용이 불안정해 불특정한 수많은 사람이 오고간다는 점 등 쿠팡 물류센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역 대책을 세웠다"며 "쿠팡은 노동자와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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