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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걸려도, 일하다 죽어도 쿠팡은 사과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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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걸려도, 일하다 죽어도 쿠팡은 사과를 모른다"

쿠팡발 코로나19, 산재사망 피해 증언대회

전모 씨는 쿠팡 부천신선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코로나19에 걸렸다. 이 때문에 전 씨의 남편과 딸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전 씨의 남편은 지금 의식이 없다. 의사는 남편이 식물인간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쿠팡은 전 씨에게 '방역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으니 자신들은 책임이 없고, 사과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파견 노동자 박현경 씨는 쿠팡 천안물류센터에서 청소를 하다 쓰러져 사망했다. 청소 약품을 섞어 쓰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 씨의 유족은 쿠팡에 직접 연락해 대화를 나누는 일을 얼마 전 포기했다. 연락을 하면 '회사는 아무 문제 없다', '연세 많은 분도 일만 잘 한다', '근거 없이 허위 기사 내지 마라', '그만두게 하지 왜 출근시켰냐'와 같은 말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쿠팡 노동자들이 쿠팡은 코로나19 방역 등 노동자 안전 관련 조치를 소홀히 해놓고 피해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는 '블랙기업'이라고 성토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가 정의당 주관으로 8일 국회에서 연 증언대회에서 쿠팡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산재사망 등 사례를 전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 8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 ⓒ프레시안(최형락)

"어차피 계약직이니 다른 사람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쿠팡발 코로나19 감염으로 남편이 식물인간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증언한 전 씨는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전 쿠팡의 방역 조치가 허술했다고 기억했다.

전 씨는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일했고, 물류센터 곳곳을 돌아다니는 관리자들은 빨리 일을 하라고 다그치고 소리를 질러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안 했었다"며 "수백 명이 사번을 입력해 출근 사실을 기록하는 컴퓨터 옆에도 소독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증언대회 참석자들은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직후 쿠팡의 대응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최모 씨는 "5월 23일 확진자가 나오고 24일 출근하니 관리자들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며 "'초기 대응을 잘 했고 접촉자 다 분류했으니 동요하지 말고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어느 라인에서 일하는지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4일이고 회사는 제대로 된 방역 조치를 했다'는 입장을 취하며 코로나19에 걸린 노동자에게는 사과하지 않고 있다.

전 씨는 "7월 7일 부천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재발방지 대책이나 사과의 말은 볼 수가 없었다"며 "어차피 계약직이니까 계약 끝나면 다른 사람 부르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청인 쿠팡도 파견업체도 아내의 산재사망 외면하고 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쿠팡 천안물류센터 조리보조원 고 박현경 씨의 남편 최동범 씨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고용노동부 천안지방고용노동청과의 면담이 잡혀 오지 못했다.

고인인 박 씨는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쿠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박 씨는 아람인테크라는 파견업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박 씨의 사망원인은 청소약품 혼합사용 때문에 발생한 유독가스 중독으로 추정된다.

최 씨의 증언문을 보면, 박 씨는 평소 '식당에 조리를 하러 온 건지, 청소를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청소를 많이 한다'고 힘들어 했다. 코로나19 이후 청소에 쓰이는 약품이 점점 세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통, 기침,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일도 잦았다.

최 씨는 "회사들은 마스크, 방호복 등 보호 장구도 지급하지 않고 락스, 오븐크리너 등 독한 약품을 써 청소를 하게 했다"며 "고무장갑, 면잡갑, 장화, 토시 등 기본적인 작업도구도 지급하지 않고 자비로 구입해 사용하게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달 1일, 회사에서 가진 점심시간 박 씨는 몸이 좋지 않아 밥을 먹지 못했다. 박 씨는 이날 식사 중인 관리자에게 '우리 청소를 좀 줄이기로 하지 않았냐', '휴식시간도 갖기로 하지 않았냐'고 묻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청소를 하던 박 씨는 결국 쓰러졌다.

최 씨는 "아내가 응급실에서 끝내 숨졌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며 "응급실에서 제가 만난 사람은 아내의 소개로 사고 당일 첫 출근했다가 쓰러진 아내를 보고, 걱정이 돼서 구급차를 뒤따라왔다는 동네이웃뿐이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쿠팡과 동원홈푸드, 아람인테크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폈다면, 제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자를 조사하고 화학약품으로 인한 산재사망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언문 말미에 최 씨는 "저는 제 아내의 죽음이 독한 약품, 열악한 작업환경, 고된 업무강도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자의 안전을도외시하고 산재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하청구조, 파견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적기도 했다.

▲ 8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발언 중인 고건 코로나19피해노동자모임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쿠팡은 코로나19 등 피해 노동자, 유족에게 사과와 보상 해야"

이날 증언대회 참석자들은 코로나19 피해, 산재사망 등에 대한 쿠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 지원대책위원회의 김혜진 활동가는 "쿠팡은 사과라는 걸 할 줄 모르는 것 같다"며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가 터져 노동자의 가족이 사경을 헤매는데도 노동자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이 고객에게 물건을 받을 때 안심해도 된다는 이야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고건 쿠팡발코로나19피해노동자모임 대표는 "노동자들이 입은 코로나19 피해에 대해 그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했지만 쿠팡은 방역조치를 철저히 했다는 답만 내고 있다"며 "쿠팡은 코로나19 등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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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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