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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무죄' 윤중천, 법원은 '지속적 성폭력' 특수성 간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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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폭력 무죄' 윤중천, 법원은 '지속적 성폭력' 특수성 간과했다

'지속적 성폭력' 특수성 간과한 1심과 2심...1년 8개월 성폭력 중 검찰은 단 3건만 기소

'별장 성접대 사건'의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성폭력에 무죄 판결을 내린 1심과 2심 재판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성폭력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4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김학의·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쟁점 및 해결 방안 라운드테이블에서 참가자들은 이같이 밝혔다.

2020년 9월 현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뇌물죄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윤중천 씨의 1심과 2심에서 성범죄에 무죄 판결을 받고 이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피해자는 2006년 여름부터 약 1년 8개월동안 윤중천 씨의 폭행과 협박 속에서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이 윤중천 씨를 기소한 혐의는 '강간죄'가 특정된 3건이다. 현행 강간죄는 '폭행·협박'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윤중천 씨는 2006년 겨울경 피해자를 칼로 위협해 특수강간한 혐의와 2007년 여름 피해자가 성접대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폭행한 뒤 강간한 혐의, 2007년 11월 합동간음 및 불법촬영 혐의로 기소됐다.

윤중천은 어떻게 무죄가 됐나

법적 쟁점은 △특수강간등치상을 적용할 수 있는지와 △공소시효 완성 여부 등 2가지였다.

특수강간등치상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특수강간'이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즉 피해자가 원주 별장에서의 폭행·협박·강간 이후 2007년 11월경까지 1년 8개월 동안 피해자가 지속적인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특수강간과 '치상'의 인과 관계도 필요하다. 피해자가 2013년 진단받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특수강간 등으로 인한 것인가가 입증돼야 한다.

공소시효 완성 여부는 '치상' 인정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인정된다면 특수강간등치상은 '포괄일죄'로 처벌받게 된다. 포괄일죄는 최종 범죄 종료 시부터 공소시효가 기산된다. 피해자 측은 피해자가 PTSD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는 2008년 3월경을 공소시효의 기산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2007년 12월 21일 개정된 형소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된다.

'치상'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공소사실별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면 2006년 겨울의 강간, 2007년 여름의 강간은 당시 강간이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범행 후 1년 안에 고소가 이뤄졌어야 했다. 이에 따라 고소 기한을 놓쳐 공소가 기각된다.

2007년 11월의 강간은 강간죄가 비친고죄로 바뀐 후이기 때문에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이 때는 구 성폭력처벌법 제20조 제2항에 따른 공소시효 연장 여부가 문제가 된다. 구 성폭력특별볍 제20조 제2항(현 제21조 제2항)에는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경우가 규정돼있다.

이에 따르면 DNA 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을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고 하고 있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2007년 11월 13일 촬영된 사진이 '과학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 2심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고 △피해자가 1년 8개월간 지속적인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특수강간과 PTSD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강간 피해에 대해 △앞선 2건은 친고죄이므로 피해자 고소가 없어 공소 기각하며 △나머지 특수강간은 2007년 11월 13일 촬영된 사진은 DNA와 같은 '과학적 증거'라 볼 수 없다며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단했다.

▲24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쟁점 및 해결방안'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온라인 중계 화면 갈무리.

'지속적, 반복적' 성폭력...'폭행·협박'이 계속 이루어졌다고 봐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은 피고인의 폭행·협박으로 인해 피해자의 '외포·억압'이 성립된 시점(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이른 시점)을 기준으로 해 지속적, 반복적 성폭력 범죄의 종료 시까지 유지된다는 법리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피해자 공동 대리인단의 최현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피해자는 윤중천의 물리적, 공간적 지배하에서 2006년 7월경부터 2008년 2월 사이에 지속적인 강간 등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 이 사건은 1년 8개월간의 장기간의 지속적, 반복적인 성폭력 사건"이라며 "1심과 2심은 피해자가 놓인 특수한 상황,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검찰이 윤중천 씨에 대해 2006년 7월부터 이루어진 억압과 실력적 지배 관계를 공소 내용에서 아예 배제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폭행·협박 등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억압 상태를 3개의 분절된 공소 내용으로 단절시켜 피해자의 PTSD 발병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PTSD 발병 시점과 그 특성에 대해 심리가 미진했다"고 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비슷한 피해 내용을 진술한 수 명의 피해 여성들이 있었다. 가까운 지인에 의해 윤중천을 알게 되고 가해자는 호의를 베풀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은 가해자는 피해자를 별장 등으로 유인해 강간, 불법촬영 등의 성폭력을 가했다"며 "윤중천은 유포 협박, 폭행 등을 가하여 피해자들을 자신의 통제권 아래에 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성들을 이용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폭력을 경험한 별장이라는 공간은 지금도 단톡방, 텔레그램 n번방, 숙박시설, 유흥업소, 집 등 명명만 다른 공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바라보고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고리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알려진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사건'은 윤중천 씨가 여성들을 유인해 폭행·협박하며 김학의 전 차관 등 제3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게 한 사건이다. 2013년과 2014년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피해 여성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했다.

이후 2018년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재조사가 이뤄졌고 2019년 3월 과거사위의 권고에 따라 특별수사단이 구성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 김학의 전 차관은 뇌물죄로, 윤중천 씨는 성범죄로 기소됐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중계화면 갈무리.

피해자, "아직도 고통속에 살고 있다...윤중천 용서할 수 없어"

라운드테이블 말미에 피해자는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탄원서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 대독했다.

"전 이 두 사람이 법 앞에서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하는 말과 행동이 가증스럽습니다.

저에게 가해하던 순간처럼 무섭습니다.

성폭행, 강간죄로 처벌 받는 건 무서워하면서 권력의 이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두 사람을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큰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권력으로 처벌을 피하며 자신들의 가족을 지키려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우리 가족은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고 끝까지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김학의, 윤중천을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2014년에 제정 신청했을 때 사법부가 이를 받아주고 제 심정을 알아줬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윤중천, 김학의로 인한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날마다 상기되는 고통을 가지고도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 위해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기도 해야 했습니다.

힘없고 가진 거 없는 저는 김학의, 윤중천 두 사람과 싸우는 게 아니라 막강한 권력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조사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간절함이 무너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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