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주택의 매수 열기가 뜨겁다. 7월 한 달간 서울에서 다세대주택은 7,442건이 거래되어 작년 7월의 3,661건보다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뜨거운 매수열기로 다세대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8.24% 상승했다.
혹자는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안 되는 30대들이 다세대주택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7월에 30대의 아파트 매입은 전달보다 더 증가했다. 30대가 여전히 내집마련으로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대의 실수요가 아니면 누가 왜 서울에서 다세대주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을까? 작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대도시까지 갭 투기 열풍이 뜨겁게 불었는데, 그 갭 투기 세력이 서울 다세대주택으로 몰려든 것은 아닐까?
갭 투기 자금이 서울 다세대주택으로 몰려
만약 갭 투기의 손길이 다세대주택까지 뻗쳤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다세대주택은 서민들의 주거공간이기 때문이다. 서민 주거공간이 투기꾼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사실 다세대주택으로 갭 투기 자금이 몰려들 거라는 경고는 이미 두 달여 전에 나왔었다. 7.10대책이 발표된 직후 민주당 강병원의원은 참여연대, ‘집값정상화 시민행동’ 등과 함께 다세대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세금특혜의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강병원 의원은 “7.10대책에서 세제혜택이 그대로 유지된 다세대주택이 투기의 먹잇감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그 경고를 무시했다. 그 결과가 7월 다세대주택의 거래 폭증과 가격 급등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7월 거래된 다세대주택 중 얼마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는지는 국토부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므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2017년 12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 이후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주택매입이 봇물을 이뤘던 데서 알 수 있듯 엄청난 세금특혜는 강력한 투기유인책임이 분명하다.
2000만원 임대소득에 세금은 단 14만원
7.10대책에서 정부는 아파트에 대한 임대주택의 신규등록을 중단했다. 엄청난 세금특혜로 인해 임대주택의 등록수요가 급증했고, 그 결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는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을 계속 하용하고,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도 유지했다. 시중에 넘치는 돈들이 다세대주택으로 몰려가도록 물꼬를 터준 것이다. 정부가 다세대주택에 대한 투기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셈이다.
서울에서 다세대주택을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재산세를 전액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해준다. 2천만원 임대소득에 대해 14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실질 임대소득세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갭 투기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양도소득세도 10년 임대할 경우 소득의 70%를 공제해주므로 실제 부담은 매우 미미하다.
7.10대책에서 정부가 다세대주택에 대한 임대주택 등록을 유지한 것은 마치 “다세대주택에 맘껏 투기하세요. 세금을 면제해드립니다”라며 투기를 권유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는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정책에 대해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를 주는 상황에서 투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 아닐까요?”라고 질타했었다. 전문 투기꾼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마저 주택투기에 나서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정책이라는 비판이다.
다세대 임대사업자의 1년 투기수익률 31%
정부의 권유에 호응하여 서울에서 다세대주택을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은 큰 수익을 얻었다. 7월 다세대주택의 매수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서울의 다세대주택 평균매매가격은 2억 7,386만원이었는데, 올해 7월은 2억 9,642만원으로 1년간 8.24% 상승했다.
그런데 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이 아파트보다 훨씬 더 높으므로 더 적은 돈으로 갭 투기가 가능하다.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50~60%인데 비해 올 7월 서울 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74%에 달했다. 매매가의 74%을 전세로 조달할 수 있으므로 자기자본 26%만으로 갭 투기가 가능하다.
가령 4억원 다세대주택을 매입하는데 자기자본은 1억 400만원만 있으면 된다. 그 주택의 가격이 8% 넘게 상승했으므로 3200만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자기자본 1억 400만원에 대한 수익률은 무려 31%에 달한다.
서울에서 내집마련 꿈은 불가능해져
1년에 31%라는 고수익을 맛보았으니 갭 투기자금은 다세대주택으로 계속 몰려들 것이다.
7.10대책에서 잘못 시행한 다세대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하지 않으면 이런 투기 열풍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의 폭등에 이어 다세대주택마저 급등하면 젊은 세대와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영영 물거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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