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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주식양도차익과세 관련 논점

지난 7월 말 2020년 세법개정안이 확정 발표되면서 초안 발표 이후 한달 남짓 기간 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식양도차익과세 관련 논란이 일단 일단락되었다. 2023년부터 주식을 포함하여 채권·집합투자기구(펀드)·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 차익을 통산하여 금융투자소득을 산출하고 5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20%, 2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25%의 세율을 적용하여 금융투자소득세가 부과된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도입에 따라 주식의 거래 시 마다 매매금액을 과세표준(tax base)으로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는 현행 0.25%에서 2021년 0.23%, 2023년 0.15%로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우리나라 조세제도에서 새로운 영역은 아니다. 비상장법인의 개인 주주나 유가증권 상장법인의 지분 1%(코스닥시장은 2%)이상 또는 해당 기업에 대한 총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0억 원 이상인 개인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이미 상황에 따라 20%~35%의 세율로 소득세가 부과되고 있다. 또한 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은 규모나 종류에 관계없이 법인의 수입으로 간주되어 법인세가 부과되고 있다.

다만 개인 소액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그간 공백지대로 존재하였는데 이번의 세법개정으로 이를 메울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비하여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시한 원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거치면서 과세 공백을 메우고 조세의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원래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을 정도로 과세 요건이 대폭 완화된 최종안이 확정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유감스러운 것은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논의가 조세의 일반원칙과 과학적 증거에 의거하여 논리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 세제 개편으로 인하여 불리한 지위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조세저항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의 주장에 좌우되어 합리적인 결론 도출에 실패하였다는 점이다.

이글에서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둘러싸고 최근 전개된 일련의 논란을 조세의 형평성 관점에서 평가하고 향후 바람직한 주식양도차익과세 체계의 수립을 위하여 필요한 과제에 대하여 간략하게 논의하고자 한다. (필자)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평가

먼저 금융투자소득의 기본공제 금액을 5000만 원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6월말에 발표된 원안인 2000만 원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쉽게 말해 1년 동안 주식거래를 통하여 거둬들인 이익이 5000만 원 이하인 경우 세금을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 면세점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설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조세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다. 조세의 형평성에는 수직적 형평성(vertical equity)과 수평적 형평성(horizontal equity)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수직적 형평성은 부담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하는 원칙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더 무거운 세부담을 지우는 누진세와 같은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수평적 형평성은 소득이나 기타 경제적 지위가 동등한 사람에게는 동등한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과세원칙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정(fairness)이라고 부르는 덕목이다. 금융투자소득의 기본공제를 5000만 원으로 높게 설정한 것은 수평적 형평성과 크게 배치되는 정책적 선택이었다. 금융투자소득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 이자소득의 경우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가 허용되는 일부 이자소득을 제외하고 별도의 기본공제 금액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5000만 원을 넘는 거래 차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과세 대상이 되는 금융투자소득에 비하여 훨씬 무거운 세 부담을 지우고 있다. 수평적 형평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더하여 이자소득의 경우 2000만 원까지 20%의 세율을 적용하여 별도 과세하지만 이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과 통합하여 종합소득세의 부과 대상이 되는데 종합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이 1억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적용되는 세율이 38% 이상으로 금융투자소득의 25%에 비하여 매우 높다. 수평적 형평성이라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또한 이해하기 힘든 조치이다.

다음으로 주식양도차액과세와 증권거래세의 이중과세 관련 논란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증권거래세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도입하는 것은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하여 중복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라는 주장을 펼쳤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차익과세의 과세대상은 서로 다른 사실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이중과세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의 거래행위 자체를 세원으로 포섭하고 이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며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주식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 과세대상이므로 양자의 과세대상은 동일한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증권거래세가 주식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세율만큼 원천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하므로 경제적 실질이라는 측면에서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이 이중과세에 해당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중과세는 조세 행정상의 이유나 제도적인 이유로 인하여 여러 영역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중과세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장치를 통하여 과다하게 부과된 세금이 환급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법인의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가 부과된 이후 법인 소득이 주주에게 배당되면 종합금융소득세 대상이 되어 이중과세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금융소득을 계산할 때 법인세 납부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소득공제를 허용함으로써 이중과세를 방지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주식양도차익과세에서도 5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허용함으로써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납부액을 주식양도수입에서 비용으로 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보다 정확한 이중과세 방지 장치가 될 것이지만 상당한 규모의 납세순응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모든 납세자에 대하여 5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하여 비록 정확하지는 않으나 증권거래세 납부액을 비용으로 인정하여 이중과세를 피하면서 과다한 납세순응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절충책을 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중과세 논란은 안정적인 세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과세당국의 욕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시작과 함께 증권거래세 폐지를 발표하였다면 이중과세 논란은 원천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당국은 증권거래세의 세율을 점차 낮추되 폐지하지 않고 증권거래세 납부액에 대한 비용공제 명목으로 기본소득공제를 허용하는 복잡한 방식을 선택하였다.

과세당국의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세수를 보장하는 세목을 완전히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과세당국은 증권거래세가 전면적으로 폐지되는 경우 고빈도 매매를 억제하는 중요한 장치가 사라져 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 수단이 완전하게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증권거래세가 존치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거래세가 거래량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존재함을 감안하더라도 과세당국의 논점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고빈도 거래가 특정한 시점, 예를 들어 가격변동이 특히 심할 때 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도 있으나 항상 그런 것이 아니며 가격발견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고빈도 거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편 고빈도 거래를 억제함으로써 시장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증권거래세의 진정한 목표라면 고빈도 거래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증권거래세를 인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상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정부 발표대로 2023년까지 세율이 0.15%로 인하되는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가 사실상 폐지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2023년 이후에도 잔존하는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증권거래세율 0.15%는 농어촌특별세법에 의하여 부과되는 것이며 증권거래세법에 따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2023년부터는 유가증권시장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의 목적은 고빈도 거래 억제를 통한 시장 안정 확보가 아니라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기반시설 확충 및 농어촌지역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증권거래세를 존치해야할 이유가 재정수입 확보 뿐만은 아니라는 정책 당국자의 설명을 전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이유이다.

주식거래와 농어촌 발전 간에 무슨 연관관계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농어촌 개발을 위한 재원을 주식거래에 기대는 것은 논리적으로 선 듯 납득이 가지 않는 것만은 명확하다. 지나치게 빈번한 거래로 인하여 시장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코스닥시장은 차치하더라도 그러한 우려가 크지 않은 유가증권시장에 대해서는 주식거래차익과세를 도임함과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완전하게 폐지하였더라면 이중과세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주식거래차익과세가 원래의 취지와 동떨어진 모습으로 도입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주식양도차익과세 체제를 위하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세금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을 간결하게 요약하는 명제이다. 조세의 관점에서 모든 소득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칙 하나만을 가지고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재정학 교과서에 의하면 형평성이 보장되고 담세자의 행위를 왜곡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며 간명하여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조세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근로소득이나 이자소득에 비하여 우대하여 형평성을 훼손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야기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주식양도차익을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포섭하거나 적어도 주식양도차익을 포함하는 금융투자소득을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일정 금액 이하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저율로 분리과세 하는 안전장치를 도입함으로써 조세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함으로써 조세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양도차익을 다른 모든 종류의 소득과 통합하여 과세한다는 원칙하에 특별한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하여 세 부담을 경감해 주는 장치를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서민의 재산 형성 지원과 장기 저축 확대를 통한 은퇴 후 소득 확보를 지원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주식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일정 부분에 대하여 세액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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