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사실상 확정됐다.
14일 일본 <교도통신>은 집권당인 자민당이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열어 차기 총재 선거를 개최했다며, 스가 관방장관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을 물리치고 차기 총재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총재 선출 선거에는 자민당 국회의원 394명과 자민당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 총 535명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가운데, 스가 관방장관은 유효 투표 534표 중 377표를 얻어 68표를 얻은 이시바 전 간사장과 89표를 얻은 기시다 정조회장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이에 스가 관방장관은 오는 16일로 예정돼있는 임시국회의 총리지명 선거에서 제99대 총리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현재 일본 의회는 여당인 자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16일 임시의회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로 볼 수 있다.
스가 "아베 외교 훌륭해"
아베 총리가 약 7년 반의 임기를 마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한일 관계 개선 여부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양국 관계의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3일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자클럽 주관으로 전날 개최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외교를 칭찬하며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고 말해 기존 일본의 외교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외교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아베 총리가 펼친 정상 외교는 매우 훌륭하다"며 아베 총리의 외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없지만 내 나름의 외교 자세가 있다. '자기형' 외교를 관철하고 싶다"고 말해 부분적인 외교 정책의 조정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가 장관이 재임 시절 사실상 아베 총리의 입 역할을 해왔고 한일 간 관계에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적지 않아 당장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아베 총리의 사임 이후 일본 내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총리를 맡은 스가 장관이 일종의 '과도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아베 총리가 추진했던 정책을 급격하게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스가 장관은 한일관계 뿐만 아니라 개헌과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아베 총리가 주력으로 삼아왔던 정책들을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장관은 실제 지난 8일 자민당 선거 연설회에서 개헌은 자민당의 기본 방침이라면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다만 스가 장관의 총재로서의 임기가 원칙적으로는 아베 총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이지만 그 전에 의회를 해산할 가능성도 있어, 스가가 차기 지도자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스가 장관 입장에서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렀는데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이는 본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을 확인하는 셈이 된다. 실제 이같이 상황이 전개될 경우 스가 장관은 차기 지도자로 그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다.
실제 스가 장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필요성과 관련 "해산은 총리의 전권사항이다. 새 내각 총리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의회 해산 여지를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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