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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경쟁 시대, 좌고우면 말고 'No'라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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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경쟁 시대, 좌고우면 말고 'No'라고 말해야 한다

[정욱식 칼럼] 슬기로운 미중 경쟁 대처법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는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언론과 전문가들도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하지만,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만큼 궁금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차 방미길에 오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밝힌 입장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9일 미중관계에서 한국의 선택과 관련해 "대한민국과 미국은 동맹 사이"라며 "동맹 사이라는 것은 우리 외교 안보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우리는 중국에 근접하고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과 등거리 외교를 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등거리는 아니다"라며 "왜냐하면 동맹이 기본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입장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튼튼히 하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미경중의 유효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미 양국이 '안보' 문제였던 사드(THAAD) 배치를 강행하자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한 것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또한 미국이 화훼이 등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의 참여를 압박하면서 내세우고 있는 논리도 '국가안보'이다.

더구나 미국의 대중 봉쇄 시도는 전방위적이다.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이어 '동아시아판 나토'로 불리는 '쿼드 플러스(Quad+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봉쇄하려는 구상이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붙인 이유는 비건의 발언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8월 31일 동아시아에는 나토와 같은 다자간 동맹이 없다며 "4개국이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가 먼저 시작하고 점차 참여국을 넓혀나가겠다는 취지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된다.

이처럼 미국은 우리에게 대놓고 중국 견제와 봉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중국은 이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는 8월 22일 방한해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회담을 가졌던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던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중 전략 경쟁에서 우리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착시 현상'을 조심해야 한다. 국내외에선 미중 갈등 구조에서 우리가 중립을 지키려고 하면 '반미-친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건 오독이다. 두 사람이 싸우려고 할 때, 제3자가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편을 드는 것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은 동맹국이기 때문에 다르지 않은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중국 봉쇄를 염두에 둔 지역동맹이 아니라 '한반도 방위'를 위한 양자동맹이다.

북한의 위협을 억제해 전쟁을 방지하라고 땅도 무상으로 내주고 세계에서 가장 실전에 가까운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각종 공과금도 면제해주고 막대한 방위비 분담금도 주고 있다. 지역동맹인 미일동맹과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을 미일동맹과 비교하면서 '왜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하지 않는가'라는 비난은 자해적인 것이다.

이른바 '가치 동맹'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시진핑 주석을 "중국 공산당 총서기"라고 부르면서 정권교체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적색 공포(red scare)'를 자극하면서 민주주의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꺾어보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민주주의는 한 나라 안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법이다. 그런데 미국은 다른 나라의 주권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곤혹스러움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자기편을 들어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명확히 'No'라고 말해야 할 때이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방위 동맹'임을 분명히 하고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존중할 때 건강한 한미관계의 발전도 가능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가 주저할수록 선택은 더욱 어려워지고 '가랑비에 옷 젖듯' 미국 주도의 대중 봉쇄망에 편입될 우려도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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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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