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의사 파업' 사태에 대한 정부·여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내년 4월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촉구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파문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코로나 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마저 편 가르고, 의료 현장에 혼란과 불안을 초래한 정부·여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의료계 파업이 잠정적으로나마 해결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등 여전히 그 불씨를 남겨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불요불급한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다가 자초한 평지풍파"라고 규정하며 "'원점에서 논의한다'는 합의대로 국회는 여·야·의·정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적정 수준의 의료 인력 양성과 최적의 의료 전달 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민주당 대표 시절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며 "박원순, 오거돈.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범죄행위로 내년도 보궐선거 비용만 무려 838억 원이 들게 생겼다"고 공격했다.
그는 또 "이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다 파괴했다는 사실"이라며 "4.15 총선 재검표는 다섯 달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왜 아직도 감감무소식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검찰 관련 상황에 대해 "권력에 대한 모든 수사가 무지막지하게 저지되고 있다. 정권에 영합한 검사들은 무조건 영전하고, 정권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수사를 한 검사는 무조건 좌천"이라며 "추미애 법무장관의 행태는 기가 막힌다. 중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법무부 장관에 여당 당적을 가진 전 대표를 임명한 것부터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추 장관 아들 서모 씨 사건은 추 장관 이야기대로 '간단한 사건'인데 왜 서울동부지검은 8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느냐"고 꼬집으며 "추 장관은 '소설 쓰네'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임검사나 특별검사의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못 하겠다면 사임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추 장관의 인사권자는 문 대통령"이라며 "지금이라도 추 장관에게 '잘못된 검찰 인사를 시정하라'고 지시하고, 제대로 수사하라고 법무부와 장관에 명령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책 제안은?…"부동산 감세", "탈핵 아닌 탈탄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제언도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23번째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권이 그동안 보여 온 실정과 무능의 결정체"라며 최근 여당이 통과시킨 임대차 3법에 대해 "입법 사고"라고 주장하고는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고 내 집 마련하겠다는 서민들의 열망을 짓밟는 악법"이라고 맹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시장에서 주택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가격이 등락하는 시장재(財)"라고 주장했다. "종부세 6%는 17년이 지나면 부동산 자체를 정부가 빼앗아 가는 약탈적 과세"라며 "악법"이라고도 했다. 그가 제안한 부동산 해법은 각종 주택의 공급을 늘리자는 것, 그리고 "집 가진 국민이 더 이상 세금 앞에 위축되지 않도록" 거래세·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하하겠다는 것이었다.
"주택은 시장재", "종부세는 약탈적 과세" 등은 시장주의적 보수 경제학계의 주장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최근 개정된 국민의힘 정강정책의 '국민 주거 안정' 항목에는 "모든 국민의 안정적인 거주를 위한 주거 정책을 추구하며, 시장경제 원리와 거시경제 상황에 따른 정책의 유연성을 적극적으로 확보한다"고 돼 있다.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대한민국은 하루살이 국가가 아니다"라며 재정준칙 도입을 주장했다. "코로나 국난을 핑계로 미래세대가 짊어질 수 없는 엄청난 빚을 떠넘기고 있다"며 그는 "재정 건전성의 황금률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회보장에 대해서도 이같은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젊은 세대들이 지금과 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그는 우려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집권 이후 선심 쓰듯 MRI, 초음파, 상급병실 급여화 확대 등 보장성 강화 조치를 취했다"면서 "'문재인 케어' 실시로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19년 2조8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사회보험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리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국민연금 모두 제도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으나 이날 연설에서 그 대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역대 최장의 장마와 집중호우를 기록한 올해 여름의 기상이변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기후변화 때문"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주범"이라고 지적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다만 그의 결론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세계 기후변화 대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태양광·풍력발전은 날씨와 기후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불규칙하므로 이를 보전하기 위해 석탄·LNG 발전소를 보조로 가동하게 된다"는 근거를 들며 핵발전이 지구온난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 원자력(핵)을 폐기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석탄·LNG 발전을 늘리고 있다"고 핵발전을 '청정 에너지'로 규정하면서 "기후변화 대책은 '원전(핵발전)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탈(脫)탄소냐 아니냐'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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