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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도대체 믿겨지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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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도대체 믿겨지지가 않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국말인 것은 맞는데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많다. 물론 TV 자막으로 나오는 것을 재미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단어(유행하는 말들)를 사용하기도 하고 우리말에는 없는 문장 형식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대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입담이 좋은 사람들, 말만 잘 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출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말에는 별로 없는 피동형의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피동형에 피동을 더하는 문장이 대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영어의 수동태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굳이 능동형으로 표현해도 되는 것을 일부러 피동형으로 나타내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그가 그렇게 어렵게 산다는 게 믿겨지지 않아!

기차가 11시에 도착되어질 것입니다.

위에 든 예문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들이다. ‘믿다’의 피동형이 ‘믿겨지다’인데, 여기에 더하여 ‘어지다’라는 피동형의 어미를 더 붙여놓고 있다. 결국 피동의 피동형 문장이 된다. 사람들 말 대로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니까 피동의 피동이면 능동이 되는 것인가?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불편한 말이다. 굳이 바른 문장으로 고치자면 “그가 그렇게 어렵게 산다는 게 믿기지 않아!” 정도로 해도 좋은 문장이다. 그 뒤에 있는 문장도 마찬가지다. 조금 억지스런 표현이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 모 교수가 표현한 문장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들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차가 11시에 도착할 것입니다.”라고 해도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터인데, 굳이 “기차가 11시에 도착될 것입니다.”라는 표현을 쓰고 그 뒤에 다시 ‘어지다’라는 피동형을 쓸 필요가 있는가 싶다.

주로 미국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하는 표현인데 미국식 수동태를 남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위의 예문은 조금 과장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교수들이 “~~라고 생각되어집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러한 표현은 우리말에는 없다. 말하는 주체가 생각하는 것이지 남에 의해서 생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지다’라는 피동형을 한 번 더 쓰고 있으니 얼마나 무지한 표현인가? “내일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어집니다.”라고 해도 잘못된 것이다. ‘예상(豫想)’은 ‘미리 생각한다’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표현은 “내일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이겠지만 “그늘에 주차시키고 들어갈 게.”라고 하는 말도 자주 듣는다. 주차하는 사람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시킨다’고 표현하고 있다. 자기가 주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늘에 주차하고 들어갈 게.”라고 해야 한다. 자기 스스로에게 시키는 사람도 있는가 모르지만 서술어의 주체가 주어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표현은 말이 되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뉴스에서도 이런 류의 문장을 들을 수 있다. “00당의 등원이 이루어지면 국회를 정상화할 것입니다.”라고 하는데, 이 역시 잘못된 문장이다. 왜냐하면 “등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우리말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쉽게 “00당이 등원하면”이라고 쓰면 될 것인데, 굳이 수동태처럼 쓸 필요가 있는가?

요즘 국적 없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제는 국적 없는 문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나라를 사랑하는 길은 그 말을 잘 지키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나라 없이 2000년을 지냈어도 히브리어를 간직한 까닭으로 나라를 다시 만들 수 있었고, 만주족은 청나라가 흥성할 때 한자문화에 경도되어 자국어를 버렸다. 그런 연유로 지금 지구상에는 만주어나 만주족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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