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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안 키우고 독주한 아베...일본 정가 '춘추전국'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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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안 키우고 독주한 아베...일본 정가 '춘추전국' 시대로?

[분석] 차기 총리, 스가 관방장관 가능성 있어...한일 관계는 크게 바뀌진 않을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임 이후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3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지금 아베 이후에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정치 노선이나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강제 동원 문제 등 한국과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일본의 원칙을 변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다만 아베가 굉장히 강압적이고 여러 다른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압박한다는 방침을 보였는데, 이러한 외교 수법 등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는 변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한국과 관계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며 "그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일이 있으면 고민해보자는 모습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우리는 일본을 상대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예컨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해석을 어떻게 우리 쪽에 가깝게 끌어올 것인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후임자가 직면하게 될 도전 중 하나로 한일관계 악화를 꼽으면서,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일본의 다음 총리가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호주 국립대의 로런 리처드슨이 한일 간 갈등이 길어질수록 "오직 중국과 북한만이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 간 약화된 동맹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일본과 한국 모두 자유주의 지역 질서 하에서 공통적으로 가지는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5시께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정식으로 표명했다. ⓒ연합뉴스

차기 총리는 누구?

한편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주기 않기 위해 사임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남기정 교수는 "이시바는 아베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인물이다. 그런데 자민당 총재가 되면 그동안 입혀졌던 아베의 색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는 총리를 그만두지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을 텐데 이시바가 들어오면 바꾸려고 할 것이므로 이시바가 되기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아베가 임기를 1년 정도 남겨 두고 도중에 하차했다. 이럴 경우 새로운 총리는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양원(참의원, 중의원) 의회에서 뽑게 된다"며 "양원 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아베가 공천을 준 소위 '아베의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시바에게는 이러한 형식의 투표로는 총리가 되기 굉장히 어렵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지금 총리의 잔여임기가 1년이고 그 이후에는 전당대회를 하게 된다"며 "이시바는 그 전당대회에서 승부를 보고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과거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아베 총리와 맞서기도 했으며 여론 조사에서도 차기 선호도 1위에 꼽히는 등 당원 및 대중 지지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의원 지지 기반이 약해 양원 의회에서 차기 총리를 선출하면 불리한 상황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남 교수는 총리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이른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총리로 스가 관방장관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가 장관에 대해 "본인은 누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왔고 당내 파벌도 따로 없다"며 그가 중간 역할을 할 총리로 선출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에 대해 남 교수는 "기시다는 자민당 정조회장이라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는데도 존재감이 굉장히 약하다. 정치가의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지휘봉을 잡았을 때 자민당이 다음 선거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후임 총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임으로 후임 총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고노 다로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전 외무상.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이후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어진 일본 상황에서 1~2년에 한 번씩 지도자가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후임자 중 누가 충분히 권력을 오래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우려"라며 "2012년 아베 총리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일본의 정치지도자는 매우 자주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셰일라 스미스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신문에 "심지어 워싱턴에서도 '맙소사, 일년에 한 번씩 총리가 돌아가는 거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정계가 혼란스러운 시간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아베 집권 시기 소위 '2인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키우지 않았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지도자의 잦은 교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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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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