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예배 자제 등 방역 협조를 호소했다. 그러나 교계 지도자들은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언급하며 정부의 이해를 구해 양측 간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방역은 신앙이 아닌 과학의 영역", 교계에서는 "종교단체를 사업장 취급" 등 다소 날선 말들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27일 김태영·류정호·문수석 한국교회총연합 공동회장 등 한국 교회 지도자 1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이후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천주교 지도자들과 오찬을 가졌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먼저 최근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의 촉매제가 된 사랑제일교회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교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를 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인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확진자도 거의 300여 명에 달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사랑제일교회를 지목한 것이다.
그는 "온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독교라고 생각한다"면서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를 매개로 한 집단 감염을 우려하며 예배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교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를 한다"면서도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고 설득에 나섰다.
그러면서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함께 힘을 모아서 빨리 방역을 하고 종식하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예배, 정상적인 신앙 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함께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코로나19 재확산 상황 가운데 의료 총파업에 나선 의료계에 대해서도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개신교계 "종교의 자유 너무 쉽게...교회 등 사업장 취급 않았으면"
김태영 대표회장은 방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포기할 수 없다"면서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우선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선 "민망한 일"이라면서도, "대통령과 언론에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했으면 한다.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라면서 이해를 구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지시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지난 24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그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크게 놀랐다"고 했다. 그는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 같이 여기는 이들에게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면서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했다.
김 회장은 특히 "교회와 사찰, 성당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종교 단체들의 활동이 집단감염의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여러 역할은 물론 실제적인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형식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정부도 이 방식은 부담이 될 것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감염병 시대에 정부와 교회의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의 협력관계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교회 간 협력기구를 제안했다. 그는 집회 인원을 유연성 있게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대통령님의 너그러운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비대면 예배를 거듭 당부했다. 그는 "저 개인도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도 "코로나 확진자의 상당수가 교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되어 있다"며 "그런 객관적 상황만큼은 교회 지도자분들께서 인정하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수 교회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모든 교회에 (비대면 예배를)일률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니, 교회를 분별할 수 있도록 교회인증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참으로 힘든 일"이라면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치 내리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여달라"고도 호소했다.
앞서 김 회장이 정부-교회 간 협의체를 제안한 데 대해선 "아주 좋은 방안"이라면서 "정부와 교회 간에 좀 더 긴밀한 협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만이 아니라 여러 종교들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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