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이인영 장관이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진행해왔던 남북 간 물물교환 추진과 관련, 북한 측 기업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올라있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제재 대상이라고 전해지고 있는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남한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 간 물물교환을 계속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종적으로 제재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은 통일부가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특정 업체(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이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명백하다"며 "유엔과 미국, 한국 정부가 제재 대상 기업 및 기관에 대해 별도의 리스트(목록)를 가지고 발표하고 있는데 여기에 포함이 되는지 아닌지가 1차적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에서 이 목록을 관리하는 이유는 여기에 포함된 기업‧단체‧기관 등과 협력 사업이나 거래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반대해석을 해보면 결국 이 목록에 올라있지 않는 경우 (협력 사업을) 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말해 해당 회사가 이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목록에는 없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서 언급하고 있는 WMD(대량 살상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물품, 자금, 기술 등이 흘러들어가는 것이 우려되는지 여부에 대해 정보기관 등의 판단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해당 회사와 거래가 대북 제재 저촉 소지가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판단을 감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최종적 판단은 통일부가 하는 것"이라며 "해당 업체에 대해 수 차례 걸쳐 검토중이었다고 표현했고 여러 정보를 가지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단계였다. 이걸 가지고 사업의 백지화니 철회니 취소니 이런 표현들이 나오는 것은 실제와 맞지 않다"며 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당국자는 "(국회) 정보위원회든 정보기관이든 그 기관이(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제재 대상이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제재 우려가 있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며 "정보기관 판단은 존중하지만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북 제재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WMD 개발 프로그램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제재를 모든 것의 잣대로 삼고 위반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유엔 결의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설사 국정원에서 제재 위반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하더라도 사업 자체는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대북 제재와 같은 선상에서 6자회담 성원국 간 경제 협력 및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노력이다"라며 "대북 제재에 해당되는지 여부부터 따지는 것은 유엔 결의안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통일부는 이날 입법예고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남북 간 경제 협력 사업을 구체화하고 북한 지역에 사무소를 마련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설정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이날 발표한 개정안 입법예고 관련 설명자료에서 "추상적 법률만으로 제재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현행법에도 제재를 고려하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한다"며 기존 개정안대로 입법예고를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북한과 사업을 통해 구체적 행위까지 가기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단계별로 정부가 승인을 해야 한다. 대북 제재 문제는 (이러한 과정 중에서) 정부가 충분한 정보와 판단 근거를 가지고 승인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벌어질 매우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까지 법 조문에 담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미 교류협력법에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조항들이 있다. 15조에 교역사업에 대한 조정명령에 보면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 따라 남북 교역을 조정할 수 있다"며 "제재에 대한 우려도 이를 통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민간 차원에서 남북 간 접촉이 있을 때 신고가 필요한 대상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측면이 있고 반국가단체라는 측면도 있는 등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이러한 측면을 제도적으로 균형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수용했다"며 "향후 남북관계 진전 등 상황 변화를 보면서 재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초 개정안은 우발적이고 단순한 접촉들의 경우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남북 간 교류협력 목적으로 하는 협력 사업과 당국을 염두에 둔 접촉만 신고 대상에 포함시키며, 접촉을 신고하면 수리하게 되는데 이를 없애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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