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사회의 진영논리, 편가르기를 지적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양념' 발언을 비판했다. 여권 정치인이 대통령을 직접 비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당의 쓴소리 4인방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가운데서도 문 대통령 본인 비판은 이제껏 없었다.
금 전 의원은 27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진영논리"라며 지난 2017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자폭탄 등은)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발언했던 일을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당시) '문 후보' 측에서는 '갑자기 현장에서 질문을 받아 답했던 상황'이라며 '문자폭탄 등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면서도 그러나 발언 다음날 의원총회에서도 '문 후보'의 적절한 유감 표명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의원총회 발언은 "제 지지자 가운데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자폭탄을 보내 의원님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를 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금 전 의원은 "문 후보는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들에게 비판이나 자제 호소를 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다'는 말은 남의 일 얘기하듯이 들린다. 그런 일을 알았는지, 스스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영논리는 이 발언 이전부터 있었고 문자폭탄을 보내는 행태의 책임을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묻는 것은 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이때가 정말 아쉬운 '놓쳐버린 기회'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발언이 갖는 영향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이론상 유권자들과 동등한 대표에 불과하지만, 실제론 더 큰 책임이 있다"며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진영논리에 대해 대통령의 분명한 발언이 없는 것은 실로 아쉽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리더는, 메시지가 없다는 것 자체가 메시지"라는 것.
그는 진영논리가 현재 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이유로 "편 가르기를 넘어서 극도의 적개심을 보인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유불리에만 신경을 쓴다", "모두의 안전이 걸린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서도 상대편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윽박지르는 데 여념이 없다", "코로나19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서로를 적으로만 대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그런데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올리고 국민 일부를 '친일파'로 몰아붙일 때, 장관들이 집권 3년이 넘도록 무슨 문제만 터지면 반사적으로 지난 정부나 보수언론 탓을 할 때, 여당 정치인들이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서슴없이 사법부에 대한 공격에 나설 때 대통령이 제대로 꾸짖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런 모습이 일부 극렬 지지자나 반대편에 선 사람들에게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양념' 발언에 대해서도 재차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그런 행위가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며 "당사자(지지하는 후보)가 자제를 권유하지 않을 뿐더러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 일부 지지자들은 '더 해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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