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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협, 합의안 작성 후 일방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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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협, 합의안 작성 후 일방 철회했다"

의협 "파업 돌입할 수밖에 없어 유감...정부가 진정성 보여야"

정부가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에게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가 당초 정부와 합의를 해놓고도 이를 어겨 초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진정성 있는 자세를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 행위도 의료 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집단 파업의 일환으로 제출되는 사직서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는 직무 중단으로 보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오전 8시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함에 따라 이에 불응하는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28일까지 총파업을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밝힌 가운데,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나서고 의대생들은 국가고시 응시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의사들은 실제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동료 의사가 나올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직서 역시 파업의 일환으로 보고 업무개시명령 발동 대상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당국은 앞으로 현장 확인을 통해 이번 포괄적 업무개시명령과 별개로 개별 의사들에게 추가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오전 8시에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업무개시명령은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실사를 통해 개별 의사의) 업무 종사 여부를 확인한 후 그에 대해 개별 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 시 행정 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총파업 동안 일단 수도권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현장의 이행 여부를 지켜본 후 수술실, 분만실 등으로 명령 대상을 확내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초유의 사태로 여겨진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투쟁 당시도 발동됐다. 그러나 이는 의료기관이 주된 대상이었다. 정부가 개별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양측의 갈등 양상이 크고 골이 깊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는 의사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고, 금고 이상의 처분 시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 중징계도 가능하다. 추가 대응책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처벌 수위가 강력하다.

다만 정부는 각 처분 단계를 어떤 식으로 적용할 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확산할 경우, 휴진율이 10%를 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을 기준으로 사전 신고된 휴진율은 4.6~6.4% 수준이다.

정부가 이처럼 초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의료계가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번 사태에 대한 합의문까지 마련한 후 집단 휴진에 나섰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중단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문제로 지적한 4대 정책(의대생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며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합의안 작성 후 의협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협의할 시간을 요청했고, 이후 전공의협의회가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파업을 이어나가기로 방침을 밝혔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공의협의회의 입장을 따라 의협도 합의안 동의를 철회하고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를 합의안 번복으로 판단했다. 초강경 대응의 배경이다.

한편 이날 총파업에 돌입한 의협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단체행동에 돌입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다만 "단체행동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의협은 "정부가 4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였다면 이런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꼬일 대로 꼬인 관계를 신뢰와 존중의 관계로 전환할 단초를 (정부가)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전협도 이날 오전 선언문을 내 "잘못된 의료 정책에 결연히 저항한다"며 정부 정책 철회와 국민 건강권을 진정으로 보장할 정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단체행동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료진을 상대로 26일 오전 8시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연대의 의미로 사직서를 제출한 의료진에게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는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의료계 1차 총파업 집회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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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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