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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5년간 300조 군비 '펑펑'...재난지원금 줄 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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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5년간 300조 군비 '펑펑'...재난지원금 줄 돈은 없다?

[정욱식 칼럼] 국방비를 줄여도 군사력은 증강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역대급 수재에 이어 초대형 태풍 '바비'로 인해 민생이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설 때 지원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또 빚을 내서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국방부가 얼마 전에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이 떠올랐다. 5년간 무려 301조 원을 투입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에 나서겠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였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타당성 자체가 의심되었던 각종 무기 사업들이 망라되어 있다. 경항공모함 및 핵잠수함 도입, 미사일 방어체제(MD) 대폭 증강 및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 F-35 40대 추가 도입,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입체기동전력 증강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렇듯 국방비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각종 무기 사업에 제동마저 풀렸는데, 정작 국방비를 조절해 민생 구제에 사용하자는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과연 돈이 없어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나는 여러 차례에 걸쳐 향후 5년간 국방비를 45조 원 규모로 동결하면 민생 구제에 필요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방중기계획과 비교하면, 5년간 75조 원 가량을 민생 예산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도 국방예산을 45조 원으로 편성하면 기존 계획 대비 7조 5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전국민에게 30만 원씩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전체 예산의 약 50%에 해당된다.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상당 부분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군사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지 않다. 군비에는 '군비(軍費)'와 '군비(軍備)' 두 종류가 있다. 군비(軍費)는 국방비를, 군비(軍備)는 군사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분이 중요한 까닭은 국방비를 소폭 줄여도 군사력은 오히려 증강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가령 국방비를 45조 원 정도로 동결해도 군사력 건설과 직결되는 방위력 개선비와 전력운영비를 합쳐 매년 27조 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인건비를 제외하고 말이다. 사실 이 정도도 상당한 수준의 군비증강에 해당된다. 국방비를 조금 줄여도 군사력은 꾸준히 증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군사력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일시적인 국방비의 증감보다는 '국방비 누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1991~2020년 30년 동안 국방비로 약 727조 원을 투입해왔고, 특히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140조 원 가량을 썼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하듯 2017년 세계12위로 평가되었던 한국의 군사력이 2020년에는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일본위협론과 중국위협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기실 이들 나라는 우리와 군사적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들이 아니다. 갈등과 긴장 요인들은 있지만, 이는 군사력으로 풀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또한 이들 나라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군사적 억제 능력도 갖추고 있고, 상기한 수준으로 국방비를 조절해도 꾸준한 군사력 증강은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젠 국방비를 조절해 민생 구제에 써야 하지 않을까?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과 최악의 민생 위기가 교차하고 있는 오늘날, 유독 국방비는 공론화의 사각지대는 현실을 보면서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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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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