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를 지휘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 걸쳐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향에 대해 '위임 통치'라는 말이 나왔다"며 "(김정은 동생인)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걸쳐 위임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것은 (김정은의) 후계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위임 통치의 내용은 김정은은 여전히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권한을 (김여정에게) 이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김여정이 대남, 대미 정책 및 대비 전략과 관련한 부분을 보고 하고, 경제는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덕훈 북한 신임 내각 총리가 권한을 이임받았고, 군사분야에서는 최부일 당 군사부장에게, 전략무기 개발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권한이 이양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일부 권한을 이양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 의원은 "첫 번째 이유가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김정은이 (2012년부터) 9년 간 북한을 통치하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이를 줄이자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하 의원은 "두 번째로 정책 실패 시 김정은에게 실패 책임이 날아오면 리스크(위험)가 크다는 차원에서 (김정은의) 책임 회피용"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양이 진행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하 의원은 "건강 이상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여러 출처 상 없는 걸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올해 3월 3일 본인 명의의 첫 담화를 발표하며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담화에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비판한 청와대에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내용의 거친 언사를 써가며 격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지난 6월 4일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해 5월 31일 남한 내 탈북자 단체들이 진행했던 전단 살포에 대해 비난하며, 남한 당국이 이들의 행동을 막지 않을 경우 남북 군사 합의를 파기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등 남북 간 협력 시설을 철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김 제1부부장은 6월 13일 발표한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나흘 만에 실제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바 있다.
한편 지난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이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기 의원은 "강원도, 황해도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최대이며 2016년보다 농경지 침수 피해가 크게 중가했다"고 전했다.
북한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황강댐 위쪽의 다른 댐 2개가 붕괴됐다는 보도와 관련, 김 의원은 "17일 황강댐 폭파를 검토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북한은 국경 봉쇄 장기화로 외화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주요 건설 대상이 대폭 축소됐으며 핵심기관이 긴축 운용을 하고 있다"며 "국경 통제로 인해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다가 긴급대응으로 진정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019년에는 예년 대비 0.4% 정도 경제가 성장했는데, 올해는 이대로가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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