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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그린 뉴딜'은 어디까지 와 있나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당근과 채찍'

코로나19에 이어 이제는 장마다. 40일이 넘는 유례 없는 긴 장마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긴 장마는 시베리아 지역의 뜨거운 공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추운지역의 대명사로 인식되었던 시베리아가 지구온난화로 더워지고 있는 것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전지구적 노력을 약속하며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기후변화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느덧 기후변화는 폭염, 장마와 같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재난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변화는 자연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정상적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인위적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의 행동으로 지금의 기후변화 추세를 바꿀 수도 있다. 잠깐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활동이 멈추자 자연 생태계에 나타나는 긍정적 변화를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우리의 미래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보다 적극적 전환을 시도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린 뉴딜 정책의 성공 조건

때마침 정부는 2020년 7월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다. 전자는 경기침체의 극복과 국제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산업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후자는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 재앙에 대비하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가속화를 늦추기 위한 대응 정책이다. 양자 모두 새로운 산업경제 동력을 창조한다는 차원에서 우리가 매우 절실하게 쟁취해야 하는 과제임이 틀림이 없다. 특히 그린뉴딜은 기후변화에 능동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한편, 한국은 2008년 녹색 기술·청정 에너지를 통한 저탄소 녹색 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정과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며 녹색 전환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연장선상에 2020년 그린 뉴딜이라는 정책 비전을 발표했지만,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 성장 정책이 시작은 좋았으나 그 빛을 보지 못한 것은 정책이 정부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나 그린 뉴딜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 국가의 근본적 발전 방향을 '자원 절약형,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 기업, 국민의 적극적 지지와 실천이 있어야 이행 가능한 정책이다.

특히 정책이행 주체로서의 기업이 근본적으로 생산과 경영방식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고, 참여 주체로서의 개인이 그 소비패턴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린 뉴딜은 여전히 지속되기 어렵다.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시작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는 '순환 경제 발전'이라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소위 그린 뉴딜정책을 실시했다. 2011년 '국가사회경제발전 12차 5개년 개발 규획(12.5규획)'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회·경제 분야의 '녹색화' 대전환 정책은 2015년 '생태 문명 건설'이라는 국가의 핵심 사상(思想)으로 발전되었다.

정부주도형 중국판 그린 뉴딜

중국은 2018년 국가의 근간이 되는 중화인민공화국헌법을 개정할 때, 국무원의 직권에 "경제업무와 농촌·도시 건설의 지도와 관리"와 더불어 "생태 문명 건설의 지도와 관리"를 추가했다.(제89조) 이는 녹색발전을 통한 생태 문명 건설이라는 정책의 무게감이 중국에서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에너지, 산업, 그리고 도시 및 생활공간에서 녹색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녹색발전 정책이 지지부진한 시기가 있었다. 중국은 우리의 관념과는 사뭇 다르게 1970년대부터 환경문제를 중요시해 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이라는 명분하에 친환경 경제발전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의 결과 중국은 국외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최대배출국이라는 오명을, 국내적으로는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에너지, 산업, 그리고 도시 및 생활공간에서의 녹색 전환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 같이 많은 에너지 소모 및 오염물 배출의 전통 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한 국가의 녹색 전환 정책의 핵심은 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이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기업과 개인이 습관화된 생산, 경영, 소비의 행태를 의식적으로 친환경·저탄소 형태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구태여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스스로 이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주도가 필요한데, 이에는 한국 그린 뉴딜 내용에서도 제시했듯 이들이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달콤한 미끼와 엄격한 채찍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채찍은 많은 에너지 소모 및 오염물 배출 기업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처리다. 이를 위한 법제 재정비는 물론 '정부 책임제도'를 실시하여 효과적으로 오염 발생을 통제했다. 특히 책임제도는 각 지방에서 발생하는 오염에 대해서는 각 급(级) 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지방 정부의 참여를 독려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책임제도가 기업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생산 및 경영 단계에서 자원생태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녹색 생산 및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한 책무가 되었다. 녹색 책임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녹색 전환의 주체로서의 책임있는 관리 임무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러한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산업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소모와 오염물 배출을 국가표준에 맞추는 것과 다른 하나는 친환경 녹색 산업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신 이들 기업들에게는 달콤한 당근인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제조2025'나 '인터넷+'가 녹색 대전환을 이끄는 동력으로 볼 수 있다.

녹색으로의 사회·경제적 전환은 이제 우리에게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녹색발전을 위한 구조 전환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주도의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우리 모두의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의 수반을 필요로한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과 개인의 노력에 대한 전 국민적 인식과 합의를 모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비전에 취해 이를 간과한다면, 전임자의 정책실패를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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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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