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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를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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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를 재검토해야 한다

[함께 사는 길] "이대로면 문제만 더 키워…제대로 다시 하자"

2019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위원장: 정정화)를 출범해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처분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재검토위가 일방, 졸속 운영되면서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2013년 10월부터 20개월 동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찬핵인사 중심의 편향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사회와 핵발전소 지역 의견을 무시한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반발이 거셌다. 그 결과 이후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진행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민사회와 핵발전소 지역대책위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공론화를 요구했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약속하면서 현재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도 과거 잘못된 문제를 반복하며 파행을 겪고 있다.

▲ 지난 6월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월성원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핵폐기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논쟁과 갈등 피한다고 해법이 마련되나?

현재 재검토위의 가장 큰 문제는 위원회 구성에 이해당사자를 완전히 배제했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핵발전소 지역, 원자력, 시민환경단체 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중립(?) 인사로만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무엇에 대한 중립인가라는 점도 애매하다. 그러다 보니 재검토위는 수십 년 동안 논의와 해법을 찾기 어려웠던 사용후핵연료 관리처분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보다 공론화 프로그램 관리라는 형식적인 틀만 신경 쓰고 있는 형국이다.

단적으로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처분을 위해 영구처분시설이 필요한가요?", "중간저장시설이 필요한가요?"라는 의제를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500여 명에게 설문하려고 한다. 과연 지금 시민들에게 이런 질문을 할 충분한 사전논의가 되어 있는가? 이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재검토위가 어떤 근거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묻는지 알 길이 없는데, 시민참여단은 무엇을 갖고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 많이 나온 의견대로 재검토위는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인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처분은 찬반의 문제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이해당사자를 포함해 안전과 기술, 수용성, 책임 등을 고려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의견 차이도 좁히고 합의점도 만들어지고, 다양한 의견이 대립했을 때는 여러 선택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시민참여단 설문조사를 해서 결론이 나면 수용성이 확보될 수 있겠는가. 상대적으로 논의가 단순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반 공론화도 이렇게 진행하지는 않았다.

큰불은 안 끄고 잔불만 잡으려는 공론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 일방 추진도 문제지만, 오로지 경주 월성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만이 목적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어차피 근본 대안은 만들고 합의하기 어려우니, 당장의 급한 불만 끄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이 과정도 문제투성이긴 마찬가지다. 특히 재검토위가 가장 서두르고 있는 월성 핵발전소 지역 공론화의 경우 소재지인 경주와 주변 지역인 울산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검토위원회는 월성핵발전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울산지역을 배제한 채 경주만의 실행기구를 구성했다. 월성핵발전소로부터 불과 7km 인접한 울산 북구 주민들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 이에 울산 북구에서는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가 6월 5~6일 실시됐다. 그 결과 전체 유권자 17만5138명 중 28.8%에 해당하는 5만479명의 울산 북구 주민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94.8%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지인 경주에서도 경주시가 주도하여 지역공론화를 추진 중이지만 지역 내 반대가 거세다.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 중단과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건설을 반대하는 농성을 경주역 광장에서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경주시민대책위가 실시한 주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월성핵발전소가 소재한 양남면 주민 55.8%가 맥스터 건설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경주의 경우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하면서 고준위핵폐기물 관련 시설을 추가로 짓지 않기로 약속한 특별법을 위반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0만 년의 숙제, 제대로 논의하고 풀어야

세계적으로도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처분 문제를 온전하게 해결하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40년 넘게 이 문제를 논의하고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큰 갈등만 일으키고 해결하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은 핵발전소 확대와 가동만을 위해 지역과 시민사회, 국민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진행했기 때문이다.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10만 년 이상 안전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현 세대가 책임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진, 쓰나미, 풍수해 등 자연재해는 물론 화재, 테러, 전쟁 등 인위적 재난 등을 고려해 가장 안전한 방안을 찾고 논의해야 한다.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남길 수밖에 없는 핵폐기물이라는 커다란 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추진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 과정은 당장의 핵발전소 가동에만 얽매여 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핵의 위험에서 고통받아왔던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에게 다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질문만 계속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도 없이 핵발전소를 늘리고 가동해 온 것에 대한 반성부터 필요하다. 정부가 또다시 당장에 핵발전소 가동만을 위해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와 처분에 대한 전 사회적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래세대에 비용과 위험부담에 대한 짐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현 세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재검토위 해산하고 제대로 다시 하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어떻게든 형식을 갖추고 결론만 내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마저도 대충 대충이다. 투명성이 기본인 공론화에서 지역실행기구가 회의록조차 없이 운영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공론화에서 배제된 주민들이 스스로 입장을 확인하겠다며 주민투표까지 실시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무시하고 진행되는 공론화 결과를 누가 인정할 수 있으며, 또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엉망진창 공론화에 비하면 눈앞에 닥친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포화로 인한 가동 중단 걱정은 그리 큰 문제도 아니다. 이미 월성1호기는 영구정지 됐고, 월성 2~4호기의 전력생산 비중도 크지 않다. 이 발전소들은 최신형 핵발전소에 비해 절반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명 만료도 6~9년밖에 남지 않은 노후발전소라는 점에서 최대한 가동을 줄이거나 조기 폐쇄 등을 고려한다면 시간에 쫓기듯 사용후핵연료 대책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

이제 더 이상 현재 재검토위가 제대로 기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동안 쓴 시간과 세금, 많은 이들의 노력이 아깝지만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를 해산해야 한다. 핵발전소 유지만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반복적으로 파행으로 몰아간 산업부에 이 책임을 맡겨서는 안된다. 대통령 책임하에 이해당사자를 포함해 사용후핵연료 대책 마련 논의 기구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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