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에 사전 통보 없이 임진강에 위치한 황강댐의 수문을 열어 방류한 것을 두고 남북합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남북 간 자연재해와 관련해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4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황강댐 방류와 관련 "올해 7월부터 전날(3일) 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방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북한이 수문을 개방하면서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조치를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현재 정치‧군사적 냉각 국면으로 인해 자연재해 협력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북한이 이전 남북 합의를 지키지 않고 방류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한의 황강댐 수문 개방 여부는 임진강의 수위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진강 하류에 위치한 남한 입장에서는 항상 예의주시해야 하는 사안이다. 4일 합동참보본부 관계자는 "(임진강에 위치한) 필승교 수위가 어제(3일) 새벽부터 한 때 5m 이상 상승했으나 현재 3m 수준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건으로 인해 실제 지난 2009년 북한이 황강댐을 사전 예고 없이 방류하면서 남한에서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남북 양측은 남한 정부의 제의로 그해 10월 14일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임진강 수해방지관련 남북 실무회담'을 개최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측은 당시 사고에 대해 "남측에서 뜻하지 않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명했다.
이어 방류 원인에 대해 북한은 "해당기관에서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긴급히 방류할 수밖에 없었다"며 향후 방류 시 남한 측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 간 이 합의는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지켜지지 못했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된 이후, 그해 7월 북한은 남한에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남북 간 통신이 사실상 모두 중단됐던 때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남북 간 합의 사항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재해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을 본격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건물까지 폭파하면서 남한과 대화 단절의 뜻을 드러낸 북한이 앞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황강댐 방류를 남한에 사전 통보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 남한 당국이 임진강 수위를 관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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