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오름학교는 11(금)-12(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참가자는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본인이나 가족이 14일 이내 국내외 전염지역 방문을 한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가을의 초입이지만 아직도 숲과 그늘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숲이 건네는 시원함과 피톤치드에 온몸을 맡기고 싶은 때이지요. 이럴 때 찾고 싶은 숲으로 제주만한 곳이 또 있을까요! 제주의 비밀을 간직한 곶자왈은 최고의 선택입니다.
오름 중에 곶자왈에 버금가는 숲에 둘러싸인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특히 제주시 봉개동은 손꼽을만하죠. 자연휴양림이 들어선 절물오름을 중심으로 개오리오름과 민오름, 거친오름으로 이어지는 숲의 바다는 봉개동의 자랑입니다. 이 숲을 헤집으며 ‘숫모르편백숲길’이 지납니다. 오름학교 제15강은 숫모르편백숲길을 포함해 꼭 걸어보아야 할 오름 여덟 곳을 찾아갑니다.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2020년 9월, 제15강은 <제주 숲길을 걷는 즐거움! 이보다 더할 순 없다-안세미오름, 제주4·3평화공원, 숫모르편백숲길(샛개오리·정물·거친오름), 통오름, 독자봉, 본지오름, 남산봉>을 찾아갑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 제9강 <봄빛 가득, 제주 서남부 오름들>, 제10강 <제주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름들>, 제11강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 제12강 <제주의 바람, 초원을 흔드는 바람-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 제13강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 제14강 <아! 한라산 깊은 산중의 아름다운 여름풍경>에 이어 제15강 <제주 숲길을 걷는 즐거움! 이보다 더할 순 없다-안세미오름, 제주4·3평화공원, 숫모르편백숲길(샛개오리·정물·거친오름), 통오름, 독자봉, 본지오름, 남산봉>으로 향합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2020년 9월, <제주 숲길을 걷는 즐거움! 이보다 더할 순 없다>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15강 1일차 / 9월 11일(금요일)
<안세미오름, 제주4·3평화공원, 숫모르편백숲길(샛개오리·정물·거친오름)>
기대어 살기 좋은 곳
-안세미오름
오름 자체의 높이가 91m로 제법 봉긋한 산체를 보여주는 안세미오름은 북쪽으로 열린 말굽모양 화구를 가졌습니다. 벌어진 화구 사이의 바위틈에서는 맑은 샘이 솟아납니다. 그 생김새가 쌀을 이는 데 쓰던 조리를 닮아서 ‘조리세미물’이라고 부르며, 달리 ‘명도암물’이라고도 합니다.
탄탄하게 쌓은 원형의 벽에 콘크리트 지붕을 덮어 동굴처럼 보이는 보호시설이 샘을 감싸고 있습니다. 제주인들이 먹는 물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그 슬기와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아래로 채소와 쌀 같은 식재료를 씻는 구역이 있고 빨래터와 가축에게 물을 먹이는 연못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샘은 네 구역의 물웅덩이로 이뤄진 것이죠. 아래로 내려갈수록 웅덩이 크기가 넓어집니다. 맨 아래 웅덩이 주변엔 벤치를 설치하고 전망데크도 만들어 공원처럼 꾸몄습니다. 이 전체 모양이 특이하고 예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안세미라는 이름은 이 조리세미에서 유래합니다. 안세미의 서남쪽에 나지막한 고갯길을 끼고 또 하나의 오름이 이어집니다. 명도암마을에서 볼 때 바깥에 있어서 밧세미오름이라고 부릅니다. 밧세미 또한 북쪽이 트인 말굽형 화구를 가졌고, 안세미처럼 남쪽에서 볼 적엔 둥그스름합니다. 두 오름이 이렇게 닮은꼴이라서 합해서 ‘형제봉’이라고도 부릅니다.
달래가 지천인 안세미
안세미에 쾌적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는 것에 반해 밧세미는 길이 없고 정상에서의 조망도 막혀서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안세미오름 들머리에 ‘봉개동 명도암선생 유허비’가 있습니다. 제주도 향토유형유산 제18호인 이 비는 조선 중기의 제주 출신 문인인 김진용(金晉鎔)의 교육 진흥에 대한 공덕을 기리려는 목적으로 세웠습니다.
그는 제주에서 귀양살이 중이던 이익(李瀷)에게 수학해 과거에 급제했고, 성균관에서 유학 후 숙녕전참봉이라는 벼슬에 제수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양하고 제주로 내려와 처가가 있던 이곳 명도암(明道岩)마을에서 후진양성에 힘쓰는 한편 제주 교육기관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장수당(藏修堂)을 세워 제주 삼읍의 자제를 교육하는 장소로 삼는 등 제주도 유학 진흥에 힘쓴 인물입니다. 후대인들은 그의 업적을 기려 이곳 이름을 빌어 ‘명도암(明道菴)선생’이라 불렀습니다.
안세미오름은 좌우 능선 어디로 올라도 좋지만 왼쪽 능선으로 올랐다가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좋습니다. 길은 폐타이어로 짠 매트와 나무계단으로 이뤄졌으며, 한 사람이 사색에 잠기며 걷기에 딱 좋은 넓이와 정취를 가졌습니다. 1.2km 길이의 탐방로는 가파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안세미오름은 제주를 대표하는 달래 자생지입니다. 탐방로 주변으로도 달래가 수두룩하게 자랍니다. 저절로 향 좋은 달래된장찌개가 떠오르지만 채취는 금지입니다.
벤치와 산불감시초소, 팔각정자가 있는 정상에 서니 개오리오름과 절물·거친·민오름, 큰지그리·족은지그리·바농오름 같은 한라산 자락에 기댄 내로라하는 오름이 눈앞에 가득 펼쳐집니다. 이 풍광에 취해 한없이 머물고픈 곳입니다. 오름 사이 들판에 들어선 몇몇 골프장도 여기서 보니 멋지군요.
정상을 지나서도 덤불이 벽처럼 자란 수풀 사이로 구불구불 오솔길이 정답게 이어집니다. 능선이 굽어 도는 곳에서 길이 갈리는데, 왼쪽이 밧세미로 이어집니다. 오른쪽 길은 곧 정자 하나를 더 만나며 삼나무숲으로 파고들더니 아래로 내려섭니다. 나무계단이 깔린 길은 여전히 정겨운 풍광입니다. 습한 숲 바닥엔 관중 같은 양치식물과 이끼가 가득합니다. 곧 오른쪽으로 명도암물이 보이며 탐방은 끝이 납니다.
가슴 먹먹한 제주
-제주4·3평화공원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아름다운 환상의 섬 제주는 한때 그 파도가 피멍울이 되어 울던 때가 있었습니다. 4·3사건 때입니다. 4·3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때 당시 제주 주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만5천 명쯤이 죽었다고 합니다. 봉개동의 명도암마을과 절물자연휴양림 사이에 들어선 ‘제주4·3평화공원’은 이와 같이 4·3사건으로 인한 제주도 민간인학살과 제주도민의 처절한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려는 평화·인권기념공원입니다.
한때 제주 사람들끼리도 이야기를 꺼내는 게 금기시되다시피 하던 4·3사건이었지만 1980년대 말부터 민간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상규명운동이 펼쳐졌고, 1997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후보자가 4·3에 대한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위령사업, 보상 등을 공약하며 양지로 나왔습니다. 이후 2003년 4월 3일에 평화공원 기공식이, 2008년 3월 28일에 평화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위령제단과 위패봉안실, 위령광장, 행방불명인 표석 등으로 이뤄진 제주4·3평화공원은 우리 시대의 무겁고 아픈 상처, 제주인의 가슴을 피멍들게 한 4·3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숲의 바다에 풍덩!
-숫모르편백숲길(샛개오리오름, 절물오름, 거친오름)
행복한 숲길만 걷고 싶을 때, 최고의 선택 중 하나는 숫모르편백숲길일 겁니다. 용강동의 한라생태숲을 출발해 개오리오름과 절물자연휴양림을 지나 노루생태관찰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걷는 내내 편백나무와 삼나무, 소나무는 물론, 제주의 온갖 활엽수와 늘푸른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뤄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내도상의 총 길이는 8km지만 절물오름과 거친오름까지 다녀올 경우 13km가 훌쩍 넘습니다.
대부분은 평지거나 완만하고 길도 널찍합니다. 그러나 코스상의 세 오름은 살짝 고도를 높여야 하죠. 그래도 워낙 울창한 숲에 뒤덮인 곳이라서 모든 걸음이 즐겁습니다. 곳곳에 쉬기 좋은 벤치가 놓였고, 정자도 여러 개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가로는 제주를 대표하는 숲길로 통하는 ‘사려니숲길’보다 이 길이 더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아직 덜 알려졌고, 몇 곳의 오르막이 있어서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에게는 인기 만점이죠.
숫모르편백숲길의 백미는 절물오름입니다. 햇살이 한 줌도 파고들지 못할 것 같은 짙은 숲 사이로 오름길이 이어집니다. 오르는 동안 마음까지 푸르게 물드는 느낌입니다. 정상부는 둥글고 깊게 패인 분화구가 한라산을 향해 비스듬히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분화구 화구벽을 따라 둘레길이 조성되었는데, 두 전망대 사이 능선을 제외하곤 온통 나무가 뒤덮었습니다. 절물오름 분화구 안에도 일제 진지동굴이 있다는데, 지금은 수풀이 무성해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절물오름의 두 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제주 풍광이 압권입니다. 한라산부터 제주 동북부의 오름이 펼쳐내는 제주의 하늘금이 보고 또 봐도 즐겁습니다. 전망대에 올라 맞는 제주의 맑고 시원한 바람은 또 어떻고요.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이어지는 숲도 짙고 울창한 터널입니다. 길은 녹음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제주의 곶자왈을 파고듭니다. 이런 신록이라면 길을 잃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제주의 속살입니다.
노루생태관찰원이 들어선 거친오름
오름 자체의 높이가 154m로 꽤 당찬 산세를 가진 거친오름은 몸집이 크고 산세가 험한 데다 숲이 어수선히 우거져 거칠게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한자로는 ‘거친’을 소리 나는 대로 음을 짜깁기 해 거체악(巨體岳), 거친악(巨親岳) 또는 황악(荒岳)이라고 적습니다. 이름처럼 길이 험하고, 오르기가 여간 고약한 게 아니던 오름이었습니다. 그러나 거칠게 보였다는 외모는 옛날이야기일 뿐, 지금은 주변의 여느 오름과 별반 차이가 없이 숲이 울창하게 뒤덮은 모양으로, 둘레를 따라 걷기 좋은 탐방로가 조성되었습니다.
찾던 이가 드물던 거친오름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07년 8월 3일에 오름을 끼고 들어선 노루생태관찰원 때문입니다. 거친오름을 중심에 두고 주변 2헥타르의 너른 숲과 뱅디에 들어선 노루생태관찰원은 제주의 명물인 노루가 오름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한 곳입니다. 또 노루먹이주기와 나무노루 만들기 등 노루와 관련된 여러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입니다.
제주 오름에서 흔한 삼나무나 편백나무가 거의 없이 대부분 활엽수로 뒤덮인 거친오름은 한라산과 명도암마을 쪽으로 하나씩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라산으로 향한 분화구가 작고 완만하며 얕고, 4·3평화공원으로 열린 분화구는 상대적으로 크고 깊으며 가파릅니다.
노루생태관찰원은 들개로부터 노루를 보호하기 위해 전체가 철책으로 둘러싸였습니다. 정문이나 절물자연휴양림 쪽에서 들어서는 출입문도 철제여서 군부대로 들어서는 느낌이죠.
거친오름 탐방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오름의 허리께를 따라 크게 한 바퀴 돌며 원형으로 이어지는 2.3km 길이의 ‘숲관찰로’에 정상부를 둘러볼 수 있는 1km짜리 ‘정상 순환로’도 있습니다. 숲관찰로는 빼곡한 활엽수가 하늘을 뒤덮어서 몇 군데를 빼면 다 녹색의 터널을 걷다시피 하며 이어집니다. 그러나 능선과 골짝을 만나며 오르내리는 곳이 많아 지루하지 않습니다.
거친오름 정상부를 둥글게 한 바퀴 도는 정상순환로는 관목과 억새가 뒤섞이며 곳곳에서 조망이 트입니다. 남서쪽으로 한라산이 바투 다가서고, 숫모르편백숲길을 품은 거대한 원시림이 숲의 바다를 이루며 가슴 먹먹한 풍광을 펼쳐놓습니다.
사방이 트이는 정상에서는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지난 시간의 가슴 속 체증이 한 방에 다 뚫리는 느낌입니다. 동쪽으로 절물오름과 민오름이 가깝고 그 뒤로 붉은오름과 돔배오름, 큰지그리와 족은지그리오름이 바농오름과 나란합니다. 멀리 높은오름과 세미오름, 다랑쉬와 체오름 등 송당리의 오름 군락이 파도치듯 넘실대는 풍광이라니, 가히 아름다운 제주가 눈을 가득 채워 한없이 머물고픈 정상입니다.
제15강 2일차 / 9월 12일(토요일)
<통오름, 독자봉, 본지오름, 남산봉>
다섯 봉우리가 감싼 통을 닮은 오름
-통오름
제주제2공항 예정지와 성읍민속마을 사이에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통오름과 독자봉은 이곳 신산리의 오름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저 유명한 오름들과 달리 바다가 멀지 않은 제주의 변두리, 낮은 지대에 다소곳하게 솟았죠. 두 오름은 중산간동로의 8자 모양 신산교차로를 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사이좋게 붙었습니다. 그래서 연결해 오르내리기가 좋습니다. 제주올레 3코스가 두 오름을 이어 지납니다. 당연히 올레꾼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사랑받습니다.
북쪽에 있는 통오름은 해발고도 143.1m에 오름의 높이가 43m로, 전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가졌습니다. 능선을 따라 부드럽고 나지막한 다섯 개의 봉우리가 서쪽으로 트인, 원형에 가까운 말굽형 분화구를 감싸고 있습니다. 오름의 모양이 물통을 닮아서 ‘통’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탐방로는 교차로에서 바로 시작됩니다. 능선까지 네모난 통나무 계단이 구불거리며 이어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국의 계단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르는 길엔 참나무가 많아 여느 오름과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죠. 계단을 올라 만난 능선에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옵니다. 여기서 서북쪽의 영주산을 시작으로 멀리 백약이오름과 좌보미, 동검은이, 다랑쉬, 따라비 등 수많은 오름이 늘어선 풍광이 여전한 감동을 줍니다. 발아래엔 수많은 무덤이 산담도 없이 다닥다닥 붙은 신산공동묘지가 눈길을 끕니다.
통오름 탐방로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서 분화구를 왼쪽에 두고 동북쪽으로 휘어 도는 능선을 따릅니다. 올레 3코스와 같은 노선입니다. 능선엔 소나무가 많지만 억새와 띠 같은 풀도 자주 나타나며 온통 초지대였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몇 개의 무덤과 봉우리를 지나며 내려선 곳에 올레의 상징인 간세가 보입니다. 여기서 올레길은 오른쪽으로 갈리고, 출발지로 돌아오려면 왼쪽 길을 따릅니다. 억새가 무성한 둘레길을 따라 나오다 보면 통오름 분화구에 들어선 널찍한 밭도 만납니다.
봉수대 터와 전망대를 갖춘 오름
-독자봉
통오름 바로 남쪽에 솟은 독자봉은 해발고도 159.3m, 오름 자체의 높이가 79m로 통오름에 비해 제법 당찬 산세를 가졌습니다. 우뚝 솟은 모양이 외로워 보여서 ‘독자봉(獨子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주변 마을에 외아들을 둔 집이 많은 게 이 오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오름을 ‘독자망(獨子望)’ 또는 ‘망오름’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시대에 봉수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봉 또한 통오름처럼 말굽형 분화구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분화구가 서쪽으로 트인 통오름과는 반대로 동남향으로 열렸습니다. 그래서 두 오름은 서로 등을 맞대고 돌아앉은 모양새를 하고 있죠.
독자봉 들머리는 신산교차로에서 신산리 쪽으로 350m쯤 내려선 도로 옆입니다. 신산리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서 들머리엔 번듯한 주차장에 화장실, 운동시설까지 마련되었습니다. 매화나무와 소나무, 여러 늘푸른나무가 섞인 숲 사이로 통나무 계단이 능선에 닿기까지 이어집니다. 통신사 기지국을 지나 조금 더 간 곳에 북쪽을 조망하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건너편의 통오름부터 유건에오름, 모구악, 백약이, 좌보미, 다랑쉬 같은 제주 동쪽의 내로라 하는 오름들이 하늘금을 이루며 널려 있습니다. 북동쪽으론 바다를 맞대고 솟은 대수산봉과 두산봉, 성산일출봉이 또렷하고, 섭지코지도 훤합니다. 동남쪽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하얀 탑은 성산기상대입니다.
소나무 사이로 난 능선길은 평탄하고 쾌적합니다. 왼쪽에 움푹 파인 분화구를 끼고 부드럽게 돌아간 건너편에서 독특한 모양을 한 봉우리를 만나는데, 독자봉수터입니다. 지름 20m는 족히 될 만한 너른 원형의 둑이 이중 구조로 둘려졌고, 가운데가 봉긋합니다. 전체가 억새로 뒤덮였습니다. 이곳 독자봉수는 서쪽의 남산봉수, 북동쪽의 수산봉수와 교신했다고 합니다.
봉수대를 지나면서 길은 부드러운 내리막입니다. 얼마 후 제주올레 3코스가 오른쪽으로 갈리고, 독자봉 탐방로는 왼쪽으로 향합니다. 내려선 곳에서 굼부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입니다. ‘굼부리 쉼터’라 적힌 이정표도 보여 잠시 들어섰다가 웃자란 수풀 때문에 돌아섰습니다.
제주의 초승달
-본지오름
성읍민속마을의 동쪽, 삼달리를 지나는 중산간동로 옆에 가로누운 본지오름은 하도 낮고 작아서 오르는가 싶다가 정상에 닿는 곳입니다. 불과 몇 걸음이면 될 정도죠. 그래서 오름 들머리인 중산간동로에서 볼 때 그냥 평범한 삼나무숲 같습니다. 해발고도는 152m지만 오름 자체의 높이는 20m 남짓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능선이 700m 가까이 이어지며 딱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본지낭’은 제주방언으로 노박덩굴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이 오름에 노박덩굴이 많아서 붙은 이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나무가 많이 자라고 공동묘지가 들어선 지금은 찾기 힘든 식물입니다.
정상이라고 딱히 짚을 만한 곳 없이 그냥 부드럽고 크게 굽어 도는 화구벽은 일부만 남은 것입니다. 그 안쪽, 그러니까 화구벽이 품은 남쪽엔 가재가 품은 알처럼 봉긋봉긋한 무덤이 가득합니다. 삼달공동묘지입니다. 그 너머로 잡초가 많아서 이곳 사람들이 ‘잡탈’이라 부르는 거친 들판이 펼쳐지고, 표선 앞바다까지 이렇다 할 굴곡이 없이 뻗어간 끝에 달산봉(133.6m)과 제석이오름(87.5m)이 봉긋합니다.
하산은 올랐던 곳으로 바로 내려서도 되고 서쪽 능선을 따라 조금 더 길게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삼나무 사이로 차 한 대가 다닐 정도의 흙길이 날머리까지 나 있어서 걸음이 편합니다. 능선 아래까지 내려간 후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굽어 돌면 다시 중산간동로를 만납니다.
성읍마을 남쪽에 있어서 남산봉
-남산봉
우리나라 산 중에는 서울 한양도성의 내사산 중 하나인 남산, 대구의 앞산, 경주의 남산처럼 큰 도읍지의 남쪽 산의 경우 특별한 이름 없이 방향에 따라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 남산봉도 그렇습니다. 옛 제주 삼읍의 하나인 정의현(㫌義縣)의 성읍성 남쪽에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게다가 봉수대가 설치되었던 곳이라서 남산봉이라 불렸고요.
정확히는 성읍의 동남쪽에 있지만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볼 때 뒷산이자 진산인 영주산에 대응하는 남산이자 앞산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또 해발고도 178.8m로 일대에서는 제법 듬직한 산체를 가진 축에 듭니다. 산 자체의 높이는 50m쯤으로 펑퍼짐한 모양입니다.
가운데 움푹 파인 분화구를 가진 남산봉은 정상인 동쪽과 반대편 서쪽이 높고 북쪽능선은 낮은 형태입니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북사면이 낮아서 오름 북쪽에서 오르는 짧은 길이 있다고 적혔지만 정작 그 길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현재 남산봉 들머리는 오름의 남쪽, 성읍성과 신풍리 레포츠공원을 잇는 콘크리트 포장도 옆에 있습니다. 오름 안내판 뒤로 풀이 자라는 꽤 너른 평지가 잔디밭처럼 보입니다. 초지대 건너간 곳에서 나무계단이 이어집니다. 오름 능선까지는 금방입니다. 키 큰 해송이 많아 그 아래의 녹나무 같은 키 작은 나무의 가지에 솔잎이 줄지어 걸려 있습니다. 황태덕장처럼 솔잎을 걸어 말리는 듯 재밌는 풍광입니다.
입구에서 200m 남짓 간 곳에 안내도가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분화구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게 되어 있는데, 몇 구간으로 나뉜 길이를 더해보니 860m입니다. 오른쪽으로 110m 간 곳에 정상이 있습니다. 여전히 솔잎 수북이 깔린 통나무 계단이 자주 나타납니다. 그러나 가파르지 않아서 걷기 편합니다.
정상부는 봉수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수풀에 덮였던 것을 정비한 것인데, 제법 큰 봉분처럼 생겼습니다. 남산봉수는 4.5km 떨어진 남쪽의 달산봉수와 동쪽 3.9km 거리의 독자봉수와 교신했으며, 정보를 정의읍성에 전하는 기능이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별정 6명, 작군 12명이 여기서 교대근무를 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정보통신은 매우 중요한 것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시켜 관리했나 봅니다.
옛날엔 봉수대가 있는 이곳의 조망이 훤히 트였을 테지만 지금은 온갖 나무가 빼곡히 자라 하늘만 열렸을 뿐, 사방이 막혔습니다. 남산봉 화구벽 능선 대부분이 마찬가지입니다. 북쪽 능선 중간쯤에 무덤 한 기가 선 곳에서 수풀 너머로 영주산 자락과 모구악, 백약이 같은 오름이 보일 뿐, 전체적으로 조망은 시원스럽지 못합니다. 길은 비교적 쾌적하고, 입구와 능선 몇 곳에 나무 평상 쉼터를 만들어두었습니다. 서쪽 능선엔 편백나무가 빼곡한 구간도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15강은 2020년 9월 11(금)~12(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오름학교에 참가하실 분은 참가등록 후 9월 11일 오전 8시 50분까지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미리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9월 오름학교 제15강의 자세한 내용은 인문학습원의 <학교소개>에서 안내 받으세요. 또한 기사 게재 이후의 변동사항도 인문학습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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