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자유발언 내용이 일부 보수 시민사회·보수 언론계 일각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윤 의원은 "나는 임차인"이라며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해 전세 물량이 줄어들 것이고, 때문에 전세 세입자들이 4년 후 월세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당시 연설에서 "저는 임차인이다. 지난 5월에 이사했는데,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달고 살았다"며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였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하는 것이 제 고민"이라고 했다.
윤 의원의 자유발언은 그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법에 대한 사후 반대 토론 격이었다. 이 연설에 대해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은 "사이다", "명연설" 등의 표현을 통해 공감·지지를 표하고 있다. 윤 의원이 연설에서 자신이 세입자임을 스스로 강조한 것이, 집 없는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연설에서 윤 의원이 스스로를 '임차인'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사실이다. 그는 서울 성북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지만, 현 지역구(서울 서초갑)에 전세를 살고 있다.
윤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가액은 총 12억4200만 원이며, 부동산은 성북구와 세종시에 각각 아파트를 한 채씩 가지고 있다가 세종시 쪽은 최근에 매각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8일 그를 '다주택자 의원' 명단에 포함시켜 발표하자, 그는 이튿날 SNS에 올린 글에서 매각 사실을 알리며 "기재위 활동을 하면서 어떤 불필요한 빌미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윤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의 평균 전세가격은 3.3제곱미터당 2895만 원으로 강남구(3148만 원)에 이어 서울에서 2번째로 높다. 이는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6월 기준 KB 주택가격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
KB국민은행·리브온의 올해 5월 주택가격 동향에서도 서초구 전세가는 1제곱미터당 869만1000원(3.3제곱미터 환산 2868만 원)으로 강남구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윤 의원의 연설 핵심 메시지인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세→월세로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 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전문가로부터 반박이 나왔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31일 <프레시안>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임대차법 개정 때문에 전세가 줄어든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임대차법이 아니라도 금리가 이렇게 낮다고 하면 전세 공급은 줄어들게 돼 있다. 전세를 줄이는 핵심 요인은 임대차법이 아니라 금리"라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최근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것 역시 금리가 낮기 때문이고, 또 한 측면은 매매가 폭등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윤 의원 연설 내용) 것은 정작 임대차법 개정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부소장은 또 윤 의원이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이고, 조카한테 들어와서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이라고 연설한 데 대해 "그건 집주인이 월세(기대수익)을 포기한다는 이야기인데, 집주인들이 그런 불합리한 짓을 왜 하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다주택자 대부분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전세를 월세로 돌린다는 것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는 엄청난 부담"이라며 "전세보증금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다주택자 상당수는 보유 주택 일부를 매각해 보증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가 급감하고 월세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 자체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부소장은 나아가 "전세제도 자체가 과거 모기지 같은 소비금융이 없었을 때의 과도적 제도"라며 "과거에는 순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금융이 발달해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갭 투기의 레버리지 역할, '투기 자금원'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 금융 상품이 발달하면서 "전세 제도는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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