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두 명이 만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0일 경기도청 접견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로 전국을 순회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을 맞았다. 지난 2017년 2월엔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자격으로 당시 전남도지사였던 이낙연 의원을 찾아가 만났지만, 이번엔 이 의원이 당권 주자로 경기도를 찾아 이 지사를 만났다.
접견실에서 이 지사는 이 의원에게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경기도 정책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통한 조세 자원을 국민들에게 전액 돌려주는 방식으로 하면 조세 저항도 줄어들고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면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보여준) 경제 효과처럼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본소득 토지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지사는 기본 주택에 대해서도 "주택문제가 심각하니 공공택지에는 가능하면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기본주택)을 대량으로 보급하기 위해 당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며 "경기도 내 3기 신도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산층까지 살 수 있는 30년 이상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걸 원칙으로 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주택 수요가 실수요만 있을 때는 공급량을 늘리면 가격 영향에 미치는데 투기 수요가 있을 때는 투기 수요로 다 흡수가 돼서 공급을 늘리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 의원도 주택 공급 무용론과 공공주택 확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이 지사와 생각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은 공공주택의 확대"라면서도 "이 지사님 말씀처럼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는 수요가 정상일 때 (공급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며 "우리는(현재 부동산 시장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공급 확대가 오히려 불안정을 더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싱가포르 공공주택 모델을 언급하며 "(부동산 문제를) '평생주택'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어떨까?"라며 "공공주택의 공급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쪽에(기본주택) 비중을 두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한다. 100만호 정도 공급하면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접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사님 아이디어와 저의 생각도 있고 중앙정부가 해오던 정책도 있는데(기 때문에) 접점이 있다. 접점을 찾아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어떤 분야의 전체든 지자체가 오히려 중앙정부보다 선도할 수 있다. 아무래도 중앙정부는 현장감이 떨어진다"며 "중앙정부가 충분히 (지자체의 정책을) 존중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도 많은 제안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사도 "(공급 무용론) 그런 점에 대해서는 제가 이 후보님과 너무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묘한 신경전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늘리자는 주장에 "기존의 체제를 훼손하거나 혼선을 줄 필요는 없고 그대로 유지하되, 추가되는 부동산세(는) 국민들이 징벌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커지지 않겠느냐?"며 "그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당에서 '큰 역할' 해주길"…이낙연 "막중한 책임감 느껴"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 2위에 거론돼 온 두 사람인 만큼 상대방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 지사는 이 의원에게 "총리로 재직 중이실 때 워낙 행정을 잘해주셨다"며 "경험도 많으시고 행정 능력도 뛰어나셔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을 잘 보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 의원은 이에 "경기도가 최대 지자체로서뿐만 아니라 지사님의 지도 아래 때로는 국정을 오히려 앞장서 끌어주고 여러 좋은 정책을 제안해 주시면서 큰 보탬이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판 뉴딜'을 포함해 국난 극복에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 정부와 국회가 혼연일체로 임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이 이번에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권력까지 다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가 높다"며 "어쩌면 좋은 기회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중차대한 엄중한 시기라서 정말로 경륜 있으시고 능력도 높으신 이 후보님께서 당에서 '큰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흔히 '막중한 책임감'이라는 말을 씁니다만, 요즘은 정말 그런 느낌이 든다"며 "거대 여당을 만들어 주셨는데 첫걸음이 좀 뒤뚱뒤뚱한 것 같아서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29 전당대회 끝나자마자 들어가게 되는 정기국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그다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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