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었으니 연차를 소진하라'는 회사 지시를 받았다. 막상 A씨의 팀은 일이 줄지 않았지만 A씨는 강제로 연차를 써야 했다. 이상하게도 회사는 월요일과 금요일 연차 사용을 막았다. 연차를 신청했다 업무가 생겨 출근한 날은 연차를 쓴 것으로 처리됐다. A씨는 이런 식으로 연차를 다 썼다. 여름휴가는커녕 8월부터 연말까지 단 하루도 연차를 쓸 수 없게 됐다.
직장인 B씨는 근무 중에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버스에 탔다'는 재난문자를 받았다. 직업 특성상 대면 업무가 많아 바로 회사에 보고했다. 회사는 B씨를 귀가시키고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회사는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격리 기간이 지나고 출근하자 회사는 B씨의 격리 기간을 모두 연차로 처리했다.
갑질을 당한 직장인을 돕는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코로나19를 이유로 한 '연차 갑질'로 여름휴가도 못 가게 됐다는 제보가 많다"며 노동자의 휴가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에서 횡행하는 '연차 갑질'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의 연차휴가시기 지정권이 명시되어 있다. 사용자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노동자가 지정한 연차휴가시기를 변경할 수 없다. 위반 시 벌칙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직장갑질119가 2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사용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위와 같은 법을 위반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연차 갑질' 사례는 △ 경영난을 이유로 연차 강제 사용 지시 △ 재택근무를 지시한 뒤 연차 휴가로 처리 △ 주5일 근무를 3교대제 등 교대근무로 바꾼 뒤 근무가 비는 날을 연차 휴가로 처리 등이다.
회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기간을 연차휴가로 처리했다는 상담 사례도 상당수였다. 고용노동부의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 사업장 대응지침>에는 '노동자에게 발열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경우 노동자의 신청 없이 연차유급유가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현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연차 강제 사용 불법이라는 점 분명히 해야"
직장갑질119는 위와 같은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휴가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직장갑질119는 먼저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는 근무일에 대하여 근로자가 원할 때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연차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연차 강제 소진에 대해 적법한 연차 사용으로써 효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기업, 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등을 통해 연차휴가와 별도의 여름휴가를 보장받고 있지만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는 연차휴가에서 여름휴가를 쓸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로 연차휴가마저 사라져버렸다"며 "연차휴가와 별도의 유급 여름휴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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