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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죄상' 논란에 외교부 "외국 지도자 예우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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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죄상' 논란에 외교부 "외국 지도자 예우 고려해야 한다"

사적 공간에 사비 들여 설치한 조형물, '국제 예양' 적용 가능?

한국의 한 민간 식물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을 설치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반발한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해외 지도자에 대한 국제적 예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해당 사안이 한일 간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아베 조형물과 관련한) 보도에 여러 가지가 있어서 우선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어느 나라든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예양'은 박근혜 정부 때도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밝혔던 입장이다.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17년 1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 보고에 참석해 민간에서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세운 것과 관련 "국제 예양 및 관행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설치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우리가 (상대를) 설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당시와 이번 사례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는 일본 총영사관 앞이라는 장소가 문제였지만, 이번에 세워진 조형물의 경우 민간 식물원에 사비를 들여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외교적으로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 2017년 2월 23일 조준혁 당시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부산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이 이른바 '국제 예양'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 놓인 소녀상도 같은 경우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 외교공관 앞에 어떤 조형물이 설치되는 것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답하며 이 조각상이 설치된 장소에 대해 문제 삼았다.

물론 당시 외교부는 위안부 소녀상만을 대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었고, 이번 조형물에는 소녀상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추가됐기 때문에, 조형물 설치 장소 문제 뿐만 아니라 지도자에 대한 국제 예양은 별도로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원장은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28일 설명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해당 조형물이 공적인 장소에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사안을 한일 관계에서 '결정적 영향'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 일본 역시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스가 장관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는 대응을 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내용이 나온) 보도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해명했으나 구체적으로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한국자생식물원은 지난 25일 강원도 오대산 기슭에 조성한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라는 이름의 조형물을 설치, 오는 8월 10일 제막식을 열고 일반인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형물을 사비로 만든 한국자생식물원 김창렬 원장은 당시 "국내외에 있는 소녀상들을 비난하고 조롱하거나 훼손하는 실태를 보면서, 단순히 입장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속죄 대상을 확실하게 형상할 필요가 있어 소녀상의 대상을 아베로 상징해 조성했다"고 설명했으나 이후 조형물의 남성이 아베 총리를 특정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28일 스가 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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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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