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은 한반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7년째가 되는 날이다. 그리고 조속한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기 위해 국내외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그리고 각계 인사들이 1억 명의 세계 시민들의 서명을 목표로 대장정에 나선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 서명하러 가기)
휴전 상태가 67년째 이어져 오고 그 끝을 기약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계속되면서 빚어져 온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전쟁도 평화도 아닌 정전 상태가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것 자체부터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 협상이 67년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 역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종전선언과 평화 체제 구축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듯했다. 하지만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향한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남북미 정부들 사이의 심각한 불협화음과 한반도의 평화적인 현상 변경을 두려워하는 세력들의 저항과 반격이 똬리를 틀고 말았다. 이로 인해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염원이 또다시 희망 고문으로 끝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은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를 더 이상 '톱다운' 방식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각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시민사회·종교 단체와 인사들이 대거 결집해 한반도 종전과 평화협정 서명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각성과 의지의 표현이다.
이날 시작된 서명 운동에는 전국의 270여개 단체들과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인 국제평화국(International Peace Bureau, IPB)을 비롯해,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Prevention of Armed Conflict, GPPAC) 동북아시아위원회, 국제여성자유평화연맹(Women's International League for Peace and Freedom, WILPF) 등 국제 단체들도 함께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선언(Korea Peace Appeal)'라는 이름 하에 전개되는 서명 캠페인은 네 가지 결의와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들며,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군비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들이다.
혹자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대두된 지 30년 동안 우리가 목도해온 현실은 이와 반대였다. 정전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한반도 핵문제의 뿌리를 캐낼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여 이제부터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실패한 방식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비핵화를 촉진하고 완성한다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북한의 핵포기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핵보유국들의 의무도 마땅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제재 중독증과 선비핵화론에서 벗어나 비핵화의 진전에 맞게 제재를 풀어가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소중한 자원을 군비경쟁으로 낭비할 것이 아니라 민생 구제와 시민 안전에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돌이켜보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번번이 좌절된 데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절실함이 현상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의 절실함보다 부족했기 때문이다. 4개월의 준비 끝에 서명 운동에 돌입한 것은 이러한 통렬한 자기반성의 결과이다. 동시에 세계 시민의 힘으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만들자는 연대의 호소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