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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윤리 외면한 남양유업의 '헛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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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윤리 외면한 남양유업의 '헛짓'

[박병일의 Flash Talk]

약 3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사냥을 하던 구석기 시대와는 달리, 농경과 목축을 행하는 신석기 시대로의 변화를 이끌어냈던 인류의 직계조상이자 현존하는 인류(人類)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인데, 그럼에도 실수를 반복하는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우둔한 사람(homo insipient)'이라고 이름 짓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았나 싶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여 생산하는 인간만큼이나 일부 기업 중에도 '헛짓'을 일삼는 '우둔한 호모 인씨피언트' 부류의 기업이 있으니, 남양유업이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여겨진다. 남양유업이 공분을 샀던 몇 가지 부도덕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우선 남양유업은 혹시 담합 전문 기업이 아닌가 의심되곤 한다. 2007년 초 남양유업은 컵 커피 '프렌치카페'의 가격을 매일유업(카페라떼)과 담합하여 20% 인상하였으며, 담합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가격을 올리면 쉽게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4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격을 인상하는 꼼수를 부렸던 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4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또한 2010년 두 기업은 산부인과 병원에 분유를 독점 공급할 수 있도록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한 혐의로 각각 2400만 원의 과징금을, 그리고 여타 우유 업체들과 우유 가격 담합에도 가담하여 학교 급식우유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48억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2011년 남양유업은 다른 업체 3곳과 함께 유정회라는 모임을 통해 치즈 가격 인상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가격을 공동으로 올린 담합행위가 적발되어 22억5100만 원의 과징금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았다.

2013년 초에는 남양유업이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영업 사원이 대리점 주에게 욕설 섞인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었다. 해당 직원이 제출한 사표는 이내 수리가 되었지만, 이 녹취록이 퍼져서 이슈화되기 전에는 본사가 오히려 대리점 주들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녹취록 파문 이후 항의에 가담한 대리점 주들을 상대로 보복성 계약해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명절 때 남양유업 지점 팀장(본사 파견 과장급)이 영업사원들에게 떡값 할당량을 정해 대리점에서 떡값을 받아오도록 했고, 실제로 보내진 떡값 송금내역이 공개되었던 바,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차례 조사만으로도 증거가 차고 넘쳐서 추가적인 조사를 시행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하니 그 당시 자행된 갑질의 정도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품질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인천의 한 병원 편의점에서 남양유업 커피를 사 마신 소비자 두 명이 구토를 하고 어지럼증을 호소했으며,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마신 커피에서 화학물질 냄새가 났고 비눗물 맛과 비슷했다"고 진술했다.(☞ 관련 기사 : <노컷뉴스> 2013년 7월 12일 자 '인천서 '남양유업 커피' 마신 소비자 구토 증세') 분유 캔 입구에 녹이 슬어 해당 분유를 먹은 생후 한 달 아기가 설사와 구토를 반복한 피해를 입었다고 소비자가 주장하자, 그를 블랙커슈머로 몰아 고소하는 일이 최근 2019년에 발생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남양유업은 오렌지주스 '오렌지 채움' 일부 제품에서 역한 냄새가 나고 용기가 팽창하는 불량이 발생하자 소비자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자사 직원들에게 제품을 몰래 회수 후 폐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관련 기사 : <톱데일리> 4월 11일 자 '[단독] 남양유업 불량제품 '몰래 회수 후 폐기' 지침')

앞서 언급한 갑질 논란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불법 갑질이 재차 드러났는데, 남양유업이 장부를 조작해 대리점에 줘야 할 판매수수료는 덜 준 반면, 제품을 공급하고 받아야 할 대금은 실제보다 많이 받는 방식으로 대리점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 관련 기사 : <노컷뉴스> 2017년 8월 18일 자 '[단독]남양유업, 장부조작 의혹…"대리점 판매수수료 편취"') 이 외에도 일본제품 표절 논란, 삼각치즈를 포함한 다수의 과대 과장 광고, 전범기업인 모리나가의 밀크 캐라멜 우유를 OEM 생산하는 등 경영윤리를 저버리는 행동들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시연하였다.

한편 지난 13일 MBC 보도에 의하면, 급기야는 홍보대행사를 고용하면서까지 한때 담합 행위의 파트너였던 매일유업에게 고의적인 악플을 악의적으로 유포했음이 3개월에 걸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남양유업 회장이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는 홍보대행사에 돈은 전달했으나, 불법적인 비방 댓글을 달라고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일련의 다채로운 비윤리적인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남양유업의 경영진이 '호모 사피엔스', 즉 과연 슬기로운 사람인지 의심케 되었다.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시대조류에 뒤처져도 너무 뒤처져 있다. 실수가 잦으면 실력이라고 했던가? 오히려 남양유업은 마치 지적(知的)인 기업이 되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생태계에서 도태되어 사멸하고자 몸부림치는 기업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이 모든 실수들을 국민과 소비자들이 잊지 않고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두고 있음을 남양유업 경영진이 하루빨리 직시하길 강권한다.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떼어내고 다시 도약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든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애씀은 물론, '전혀 지적이지 못한 그간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헛짓'은 하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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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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