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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영부인(令夫人)과 어부인(御婦人, 御夫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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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영부인(令夫人)과 어부인(御婦人, 御夫人)

필자 세대라면 다 기억하는 말이 있다. 이른바 ‘땡전뉴스’라는 말이다. 9시 뉴스를 시작할 때 항상 ‘땡땡땡’하고 9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나면 “전두환 대통령은…”하고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항상 그렇게 시작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전 대통령의 일정이 없으면 ‘땡땡땡’하고 나면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 여사는…”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부인을 영부인이라고 부르는구나.”라면서 영부인의 개념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영부인’이라는 말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한자의 유래를 봐도 ‘특히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의 아내를 높여 부른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의 부인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뜻이다. 영(令)은 접두사로서 남의 가족을 경의를 표하여 부를 때 명사 앞에 붙이는 말이다. 그러므로 남의 앞에서 그의 부인을 높여 부를 때는 영부인(令夫人), 아들은 영식(令息), 딸은 영애(令愛)라 한다.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를 때 흔히 사모님이란 호칭을 널리 쓰는데, 이 말의 본뜻은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므로 아무에게나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썩 좋은 호칭은 아니다.(<다음백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선생님 영부인께서는 건강하신가요?”

라고 하면 아주 정확한 문장이다. 굳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영부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세상에서 영부인이 대통령의 아내인 줄 잘못 알고 있다 보니 요즘에는 어부인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우선 어부인(御夫人)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영부인의 방언”이라고 나온다. 그러므로 표준어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런 말이 유래했을까 궁금하다. 위의 제목에 쓴 것을 보면 필자는 한자로 御婦人과 御夫人(어부인)을 썼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부인(夫人)이라고 하면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 혹은 “고대 중국에서 천자의 비 또는 제후의 아내를 이르던 말”이라고 되어 있고, 때로는 “예전에 사대부 집안의 남자가 자기 아내를 이르던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하는 ‘부인’이라는 말은 여기서 왔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부인(婦人)이라는 말은 “결혼한 여자”를 일컫는 말이다. 며느리를 ‘자부(子婦)’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요즘은 남의 아내를 예스럽게 부를 때

“어부인은 안녕하신가?”

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에서 밝힌 것과 같이 ‘어부인’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것이 아니다. 즉 표준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런 단어가 우리의 일상에 젖어들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일제강점기의 문화가 남아 있는 까닭이다. 일본문화의 잔재다. 필자도 자주 쓰던 말이지만 이 글을 쓰면서 삼가기로 했다. 한자로 어(御) 자는 임금을 의미할 때가 많다. 어명(御命 : 임금의 명령), 어가(御駕 : 임금이 타는 수레), 어의(御醫 : 임금의 주치의), 어진(御眞 : 임금의 화상) 등에서 보는 바와 같다. 이러던 것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이 글자가 명사 앞에 붙어서 예스러운 표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어사(御社 : 상대방의 회사를 예스럽게 부를 때)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어부인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부인을 높여 부르기보다는 예스러운 표현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아내를 말할 때 그냥 ‘부인(혹은 자네 부인)’이라고 해서 아무 이상이 없다. 억지로 사전에 없는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편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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