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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회담 없겠지만...또 모를 일" 비건 떠나자 손 흔든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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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회담 없겠지만...또 모를 일" 비건 떠나자 손 흔든 북한

김여정, "적대시 정책 철회"가 북미 정상회담 선결 조건임을 강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자신들은 북한에 만남을 요청한 바 없다며 북한과 아무런 접촉 없이 한국을 떠난 이후, 북미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이 나왔다.

10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에 대해 강조하면서, 북미 양측 간 대화가 이뤄지려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것이 아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제1부부장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명백한 것은 조미 수뇌회담이 누구의 말대로 꼭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는 사실을 놓고 그러한 사건을 점쳐보아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위 '이벤트'적인 성격의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자신들은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은 우리 지도부와의 계속되는 대화만으로도 안도감을 가지게 되어 있고 또다시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담보되는 안전한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거두어들일 그 어떤 성과도 없으며 기대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미 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 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거래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제재의 사슬을 끊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도모해보자고 일대 모험을 하던 시기"였다며 제재 해제와 영변 핵 시설 등의 영구적 폐기를 교환하려 했으나 미국은 "제재 해제를 해주는 것 같은 시늉을 내면서 얼마든지 우리의 핵 중추를 우선적으로 마비"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그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 간 만남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제도와 인민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도 없는 제재 해제따위와 결코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집요한 제재 봉쇄를 뚫고 우리 식대로, 우리 힘으로 살아나갈 것임을 분명히 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은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북 적대 시 정책 철회가 대화의 시작을 위한 기본 조건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북 제재와 관련한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1년 연장, 테러지원국 재지정,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및 '불량배 국가' 발언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지금의 대선 '위기'를 넘긴다 해도 그 이후 우리를 향해 할 수많은 적대적 행동들을 예견해야 하며 우리는 지금시점에서 현 집권자와의 친분관계보다도 앞으로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 능력 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며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정상회담 없겠지만...또 모를 일

김 제1부부장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종료된 바로 다음날인 10일 약 3500자 분량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급급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북미 양 정상 간 친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자신들은 급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직면한 현안을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비건 부장관이 지난해 12월 방한했을 때 북한에 "일을 끝내자. 나는 여기(한국)에 있고 북한은 우리한테 어떻게 연락하는지 알고 있다"며 적극적인 접촉 의지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 방한에서는 "한 가지 명확하게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이번에 북한에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북미 대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북한이 북미 정상 간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뜻을 드러내기 위해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접촉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이른바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이러한 도발이 일어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맞다들려 곤혹을 치르게 되겠는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리 위원장 동지의 개인적 감정은 의심할 바 없이 굳건하고 훌륭하지만 우리 정부는 현 미국대통령과의 관계여하에 따라 대미전술과 우리의 핵계획을 조정하면 안 된다"며 "조미 수뇌들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되어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생각하며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경계하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우리에게 발신하는 갖가지 위험한 압박성 언동들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미국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해 정상 간 친분이 현 국면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원래 남조선(남한)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북미 정상 간 관계를 계속 이어가길 원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며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라고 말하며 담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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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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