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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노사정 합의안 반대 이유 "잘리면 못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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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노사정 합의안 반대 이유 "잘리면 못 싸운다"

"해고금지 없는 노사정 합의안 통과 막아야"

지난 1일, 양대노총이 참여한 코로나19 위기극복 사회적 대화 협약식이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민주노총 내 강경파의 반대, 고질적인 정파 갈등이 합의 무산의 원인이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념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정파가 반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활동가로 구성된 노동운동단체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9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사정 합의안 반대에는 정파나 이념이 아닌, 내용적 이유가 있다고 반론했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지금의 노사정 합의안에는 해고 금지와 전국민고용보험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다"며 "단순히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는 결과물이 아니라, 위기 앞에 제대로 된 취약계층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또 "해고 금지가 명시되지 않은 노사정 합의안이 통과되면 노동자들은 해고에 반발해 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안에 동의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 9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비정규직은 왜 노사정 합의를 반대하는가' 기자간담회. ⓒ프레시안(최용락)

"노사정 합의안, 해고금지와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요구 외면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는 "사회적 대화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것은 해고 금지와 전국민고용보험"이어야 하지만 "이번 사회적 합의에는 이에 대한 긴급하고 명확한 합의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 소집권자는 정부의 기업지원책 중 고용 유지 의무를 담고 있는 기간산업안정기금에 대해 "정규직 90% 고용을 유지하면 가져갈 수 있게 되어 있다"며 "이 조건으로는 이미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집권자는 이어 "이번 합의안에도 기업 지원과 고용 유지,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연계할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며 "합의안에서 고용 유지에 대한 경영계의 의무는 '최대한 노력한다' 외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민고용보험 역시 현실적 긴요성에 비해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김 소집권자는 "정부가 올 연말까지 (전국민고용보험)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것이 노사정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라며 "당장 생계 위기를 겪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를 외면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김 소집권자는 "이번 노사정 합의에는 해고 금지, 전국민고용보험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장 절실한 요구가 담겨있지 않다"고 총평하며 "그렇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화할 수 있지만, 취약계층 보호대책 없으면 싸울 수도 있어야"

참가자들은 사회적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단, 노사정 합의안에 취약계층이나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면 정부, 재계와 각을 세우기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은 욕구를 가장 절실하게 갖고 있는 사람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그러나 비정규직의 고용과 생계를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합의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무직위원회라는 협의체에서 정부와 대화하면서 뜻이 맞지 않으면 투쟁을 준비하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도 뜻이 맞지 않으면 싸우기도 해야 취약계층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대책이 제대로 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구체적인 해고 금지 대책이 담기지 않은 노사정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노동자들이 해고에 저항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김 소집권자는 "'22년만의 사회적 대타협이 무산됐다'며 22년 전에 큰 성과가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걸 볼 때 슬프고 화가 났다"며 "당시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인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은 노동자에게 재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노동자들이 해고에 저항할 공간을 노사정 합의라는 이름으로 닫으려는 게 아닌가 싶다"는 우려를 전했다.

노중기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정 합의안이 그대로 관철되면 정리해고가 진행될 때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도 찍 소리 못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치지형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안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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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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