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민심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들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특히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 반포동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기로 해 논란이 됐던 일 등 정치권 다주택자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정부·여당의 일련의 강력한 의지표명에 불구하고 국민들은 좀처럼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나 집권여당의 정책추진 의사보다 '똘똘한 한 채'를 챙기겠다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처신을 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와 법인의 종부세율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일면 평가하면서도 "국민 신뢰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내놓은 자료를 인용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176명 중 41명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했으며(3채 이상은 7명), 미래통합당 의원 40여 명도 다주택자로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들이 정치권의 부동산 정책을 '말뿐인 정책', '말뿐인 선언'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청와대· 국회의원·장차관·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날 친문 성향의 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영민 실장의 청주 아파트 매각 건을 겨냥해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심 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이 1가구 1주택 정책에 행동으로 솔선수범 해주기 바란다"며 "정의당이 제안한대로 청와대 참모, 국회의원, 장차관은 물론 1급이상 고위공직자들이 거주목적 이외의 주택을 강제로 처분하는 법을 제정해서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들의 주거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보여나 가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정의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혜영 의원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청년세대가 천문학적 부채로 내몰리고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청년세대가 무리해서 대출을 받는 이유는, 정부가 집값을 잡아준다고 했는데 오히려 고공행진을 하면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지난 2년간 30대가 시중은행으로 부터 받은 주택담보대출의 신규취급액은 102.7조 원이고,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액도 30.6조 원이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장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30대의 주택관련 대출은 133조 원을 넘었고, 20대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1.8% 늘어났다.
장 의원은 "청년 세대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그들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청년세대가 빚더미에 오르면 장기간 소비와 저축을 할 주체를 잃게 되어, 국민경제 전반에 걸친 내수 진작이 어려워지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투기를 잡겠다는 것인지 청년과 우리 경제를 잡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하나다. 부동산 소득에 대한 조세 누진성 강화와 이를 통한 부의 재분배"라며 "'투기 세력'만 쫓아다니면 집값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꼭 유념하길 바란다"고 했다.
여당에서도 연일 부동산 대책 관련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온도차가 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다주택자와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 등을 중과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아파트 투기 세력 근절에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생애최초구입·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공급 대책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1주택 장기 실거주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 완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방안을 당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소급 적용은 하지 않을 것이고, 한다면 유예 기간을 두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겸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중앙일보>가 자신의 배우자 명의 주택을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 '1가구 1주택' 총선공약 위반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증여 시점은 2019년 11월경으로, 시기적으로 민주당의 '1가구 1주택' 공약을 제시하기 이전"이라며 "총선 공천 당시 후보자들이 서약했던 '1가구 1주택 공약'은 2020년 1월 발표했기 때문에 '윤 의원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증여세도 모두 납부했다"고 해명하는 자료를 냈으나 증여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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