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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 대통령 '중재'에 "오지랖 넓은 사람"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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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 대통령 '중재'에 "오지랖 넓은 사람" 비난

비건 특별대표 방한 앞두고 선 그은 북한..."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 없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남한 정부가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며 남한 정부의 중재 노력에 대해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7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본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남한 정부가 북미 대화에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에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권 국장은 "때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설'과 관련하여 얼마전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하여 명백한 입장을 발표했다. 담화에서는 때도 모르고 또다시 조미수뇌회담 중재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대하여서도 언급했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권 국장의 언급대로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이날 발표한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중재자 역할에 나선 문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최 제1부상은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뿌르게(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며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데 대하여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 국장은 최 제1부상의 해당 담화에 대해 "사실 언어도 다르지 않기에 별로 뜯어보지 않아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명명백백하게 전한 우리의 입장"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 데만 습관되어서 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조미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 소리들이 계속 울려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어 어떤 인간들은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미국이 행동하라는 메시지'이고 '좀 더 양보하라는 일종의 요구'라는 아전인수격의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며 "점점 더 복잡하게만 엉켜 돌아가는 조미관계를 바로잡는다고 마치 그 무슨 '해결사'나 되는 듯이 자처해 나서서 제 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 국장은 "이제는 삐치개질('참견'의 방언)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 하다"며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남한의 중재 노력에 대해 또 다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문 대통령이 밝힌 "대선 전 북미 대화"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뿐만 아니라 비건 부장관도 지난 6월 29일(현지 시각)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남한 정부의 중재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비건 부장관이 지난 12월 이후 7개월 만에 방한하여 직접 남한 정부의 당국자들과 만나고 이를 계기로 북한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 제1부상이 4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여 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만큼, 이와 관련한 미국의 제스처가 있다면 북한도 미국과 접촉에 나설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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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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