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북미 모두 냉랭한 가운데 비건 7일 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중재', 성공할 수 있을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8일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북핵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비건 부장관 겸 특별대표가 오는 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한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7일 오후 군용기로 방한해 8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뒤 조세영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가질 계획이다.

외교부는 한미 양측이 전략대화를 통해 "한미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주요 양자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역내 글로벌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이번 전략대화는 비건 부장관 취임 이후 첫 대면회의라고 설명했다.

비건 부장관은 전략대화에 이어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의를 가진다. 외교부는 "양측은 한반도 정세 평가 공유 및 상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남한 정부의 새로운 외교 안보 라인 주요 인사들을 만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그해 10월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 인근에서 열린 북미 실무접촉이 무산된 이후 방한한 비건 부장관은 당시 북한에 공개 회동을 제안했으나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난 바 있다.

이후 북미 간 별다른 접촉이 없는 가운데 남북관계마저 악화된 상황에서 비건 부장관이 북한과 대화를 위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선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원할 경우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이를 탐색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미국이 이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비건 부장관 역시 지난 6월 29일(현지 시각)독일마샬기금(GMF)이 개최한 인터넷 화상간담회에 참석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에 미북 정상이 추가로 회담을 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어 북미 정상회담이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에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설득 노력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