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주호영 원내대표를 원내 사령탑으로 재신임하고 대여 투쟁 태세를 점검했다. 25일 당무에 복귀한 주 원내대표는 일성으로 국회 상임위 명단 제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지금은 (자신들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야당 동의나 협조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지 않느냐"며 "뭐든지 해보라 이거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할 때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비협조 투쟁'을 선포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보고 상임위 명단을 내라는 것은 (우리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 우리 얘기도 들어줘야지, 들어주지 않고 협력만 하라는 것에 따를 야당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로 예정된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묻자 "(우리 당 입장은) '18개 위원장을 임명하라'는 게 아니라,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하니 마음대로 해 보라'는 것"이라며 "의장 말씀도 듣고 제 의견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의원들이 의원으로서 국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겠지만 협상은 더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법사위원장을 가지고 협상을 했는데 깨졌으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통합당은 앞서 이날 의총에서 만장일치로 주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에 대한 재신임 절차를 밟았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한 복귀 인사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자신을 찾아와 만난 일을 두고 "아무 노력도 없이 '연출'만 하려는 모양새"라고 비판하고 향후 투쟁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처음부터 '통합당 없이도 국회를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는 의석'이라고 했기에 그러면 그렇게 해 보라(고 하자)"며 "저희는 그 다음 순서에 따라서 하되, 야당 국회의원으로의 책임을 방기하지 않겠다. 열심히 심사하고 열심히 따지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는 절대 '몽니'를 부릴 생각은 없다. 상생과 협치가 가장 효율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여당에) 알려주겠다"며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전 여당은 절대 다수 의석이 아니어서 불가피하게 양보한 것이고, 이번에는 우리만으로 다 할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리 요구를 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여당이 손을 내밀기) 전까지 우리가 똘똘 뭉치고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내 이견에 대한 사전 차단을 시도했다. "4년간 이런 운영이 지속된다면 국회는 있으나마나이고 우리는 존재 의미가 없다. 장식품이나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위기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당이) 협조를 구하면 상생할 준비가 돼있다"며 "정상적 원구성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그전에라도 잠정적으로 상임위를 배정해서 원구성 전이라도 국정을 소홀히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즉 정식으로 상임위 배정 명단을 제출하지는 않되 현재 가동 중인 당 외교안보특위처럼 "그룹별로" 현안 책임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부터 추경안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보고하고 자세히 말씀드릴 것"이라며 "1차 추경도 집행이 다 안 된 상태에서 쓸데없는 추경, 본예산으로 올라와야 할 추경을 가지고 국민들에게는 시급한 데 우리(야당)가 안 하는 것처럼 하고 있다"고 추경 심사 공세를 예고했다.
또 그는 이날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열흘 만에 복귀한 자리에서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나오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한국 정부의) 참으로 실망스런 행태가 회고록에 나왔다. 청와대에서 성실한 답변 없다면 국회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시사했다.
한편 통합당은 '여당 마음대로 하라'며 비협조 전략을 고수하는 가운데, 여당이 국회를 독점하면 '여당 독재', '의회 독재'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최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일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법사위에서 진행되는 여러 행태를 보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원칙을 제대로 사수하려는 나라인가 의심을 갖게 된다"며 "자기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하려 애쓰는 검찰총장, 감사원장에 대해 정치권이 지나친 간섭이나 듣기 딱한 언사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해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헌법 기본정신으로 돌아가서 우리 사회가 정상적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제발 좀 쓸데없는 언행은 삼가 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비대위 및 의총 발언에서 "공룡 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짓밟고 우리의 것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탈해 간 후 지난 10일간 보니, 법치를 파괴하고 '윤석열 검찰'을 겁박하며 여실히 문재인 정권 독재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며 "10일간의 법사위 활동으로 이런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국민은 뒷전에 두고 윤석열 검찰 때리기, 한명숙 구명활동 등 '내 편'만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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