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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민주당 하고싶은 대로 하고 국정파탄 책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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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호영 "민주당 하고싶은 대로 하고 국정파탄 책임지라"

"국회 돌아가 싸우겠다"…원구성 협상 포기, 예산심사·국정조사 공세 예고

전국의 산사를 떠돌며 '칩거 투쟁'을 해온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복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원(院)구성 협상은 더 이상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며, 예산심사·국정조사 등 국회 고유 권능을 활용한 원내 투쟁 방침을 선포했다.

주 원내대표는 2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내일 국회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앞으로 저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 몇 개 더 가져오겠다고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숫자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상임위원장 배분 기준인 ‘11(여당)대7(야당)’ 방안을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차라리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를 독식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거대 여당의 폭주에 따른 국정 파탄의 책임도 전적으로 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투쟁 방법에 대해서는 먼저 "35조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추경,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며 "청와대와 여당이 1주일 심사하고 통과시키겠다는 35조 원 규모의 추경예산은 시급한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용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불요불급한 사업예산을 모아 땜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미향 의원 기부금 유용 의혹, 지난 3년 간의 '분식(粉飾)평화'와 굴욕적 대북외교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그는 예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의 복귀 여부는 내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님들의 뜻을 물어 정하도록 하겠다"며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이 정권의 실정을 국민 여러분께 그 민낯까지 낱낱이 알리겠다. 국민만 보고 싸우겠다"고 결기를 다졌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엉터리 국정운영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며 "여당과 국회의장이 폭거와 폭주로 구성한 법사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해, '드루킹 사건'과 '울산 선거부정 사건'의 전모를 은폐하기 위해 검찰과 법원을 연일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이 무력도발을 협박하는 상황에서도 여당은 '종전선언을 하자', '판문점 선언을 비준하자'고 고집했다"며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가상현실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간의 원구성 협상 경과에 대해 "총선에서 이긴 민주당은 거침이 없고 난폭했다. 말이 좋아 협상이지, 거대 여당의 횡포와 억지에 불과했다"고 여당을 비난하면서 "여당이 숫자로 거칠게 밀어붙이는데 103석의 야당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20일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법주사로 찾아와 저의 거취와 우리 당의 앞날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김 위원장은 '이제 상임위원장은 내려놓자. 국회 상황이 주 원내대표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지 않느냐. 마음 다스리고 다음 주에는 올라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해 보면, 통합당은 주 원내대표가 사의를 거두고 당무에 복귀하더라도 민주당과의 원구성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는 것만이 협상 재개의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자당 윤호중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한 여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전날 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강원도의 한 사찰로 자신을 찾아와 5시간여 회동한 뒤에도 당 공보실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새로운 제안은 하나도 없었고 단순히 계속해서 '나라를 위해 동참해 달라'고만 했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김 원내대표가 자신을 찾아온 데 대해서도 "민주당에서 조계종 총무원에 수소문해서 거처를 알아내서 온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통합당은 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명분쌓기', '사진찍기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찾아가 만나기도 했으나, 약 10여분 간의 회동이 끝난 후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전에 비해 달라진 대안이나 추가 준비가 없어 보였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달라진 것은 없었고, 일방 통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면서 "통합당은 각 의원들이 국민을 위한 의무를 다한다는 취지 아래 상임위를 포함한 입법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 등 통합당 내 일부는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당내 강경파가 이를 막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지만, 현재까지 통합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선 이는 없다.

통합당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아침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저희 야당 입장에서는 큰 변화는 없다"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에서 진정한 협치를 생각한다면 그동안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양보하는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를 다시 복원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조해진 의원도 같은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처럼 민주당이 176석의 숫자 우위를 가지고 모든 걸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태세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사회봉을 잡고 있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며 "민주당이 '모든 안건을 통합당과 협의해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한다면 우리 몫 상임위원장 자리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처럼 그냥 숫자로 밀어붙인다면 상임위원장이 우리 당 소속이라도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당내) 다수 의견"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의 국회 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부의장석에 앉아있든 상임위원장석에 앉아있든 굴욕을 당하고 가시방석이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법안·예산안 등 각종 안건이 통과될 때 그냥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나중에는 우리 지지자들한테도 '그 자리 앉아서 뭐 하냐'는 욕을 듣게 되고 '그만두라'는 비난이 몰려올 것"이라고 했다.

조경태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구성 당시 이에 마지막까지 반대한 당내 소수파였고, 조해진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 원내대표와 맞붙었던 경쟁자였다.

통합당 몫 국회 부의장으로 내정된 정진석 의원(5선)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여 투쟁으로 하나된 대오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부의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원구성 협상에서 통합당의 입장이 하나도 관철되지 않았는데 나 혼자 국회의장단 자리에 앉아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정치 대의를 위해 내 개인의 영달이나 안락함은 내려놓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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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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