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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국정원 등 국가기관 이용해 노조파괴 공작"

민주노총 "국정원의 노조파괴 공작,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필요"

민주노총이 MB정부 시기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진 노동조합 파괴 공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24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와 국정원, 노동부는 민주노총을 견제, 고립시키려는 국가 차원의 공작을 벌였다"며 "국가권력에 의한 민주노조 파괴 행위에 대해 진상 규명과 함께 국가 차원의 사과, 피해 원상 회복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 법률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노조파괴 혐의 1심 재판에서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 자료를 중심으로 MB정부 국정원의 노조파괴 공작을 정리해 발표했다. 해당 혐의에 대해 원 전 원장, 이 전 장관 등은 지난 2월 유죄를 선고받았다.

MB정부 국정원, 민주노총 등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약화 시도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원 전 원장은 취임 이후 부서장회의, 아침브리핑 등에서 민주노총, 전국교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3대 종북 세력'이라 부르며 '이들을 척결하고 세력을 약화시키는데 전 직원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2009년에서서 2011년까지 21개 노동조합에 대해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다른 국가기관을 적극 활용했다.

일례로, 국정원은 영진약품의 노사 대표에게 민주노총 탈퇴 대가로 '탈세 추징금 납부시한 연기'를 제시했다. 국정원이 사전에 국세청과 접촉한 뒤 제시한 대가였다. 그랜드코리아레저의 노사와 만나 탈퇴를 종용하면서는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으면, 회사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고 있던 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철회하겠다'고 압박했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의 민주노총 탈퇴 투표 당시에는 탈퇴 찬성표가 법적 기준인 2/3에 미달하자 고용노동부에 1/2 찬성으로도 민주노총 탈퇴가 가능하다는 행정해석을 내리도록 유도했다.

이밖에도 국정원은 '경찰은 민주노총 도심집회 불허하고 주동자 즉각 검거', '재정부와 복지부는 노무 관리 강화 등으로 소속 노조의 투쟁 가담 차단', '경총은 사측 대응력 재고 주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주노총 압박 전략을 기획했다. '민주노동 개혁연대'라는 단체의 활동비를 지원하며, 탈퇴 공작 대상 회사의 노조위원장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전교조 약화를 위해 국정원은 2010년에서 2011년까지 8개 보수단체에 총 1억 979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전교조 비판 1인 시위, 토론회, 언론광고 등을 사주했다.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받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획을 청와대에 제시한 곳도 국정원이었다.

국정원은 2009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법원노동조합의 통합 및 민주노총 가입 시도를 방해하기도 했다. 당시 원 전 원장은 "공무원이 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막지 못하면 원(原) 국내정보 능력은 없는 것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 통합노조 출범 투표 불참 및 반대 투표 유도 △ 보수단체 활용 규탄집회 개최 유도 △ 보수논객 통해 비판 칼럼 게재 유도 등의 대응책을 세워 실행했다.

▲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노조파괴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MB정부 당시 수행된 노조파괴 공작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노동존중 말하려면 과거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 제대로 조사해야"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저희가 확보한 자료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로 발송된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대외비 문건은 확인된 것만 176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아직까지 청와대나 국정원은 이런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최소한 2009년에서 2011년까지 국정원의 노조파괴 공작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존중이 실현되려면 과거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는 물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 노동3권, 노동자들이 다시는 파괴되거나 짓밟히지 않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피해자 원상회복,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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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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