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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억 현금 인출했던 양진호 "양육비는 돈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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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억 현금 인출했던 양진호 "양육비는 돈이 없어서…"

구속된 이후 돈 없다며 '양육비 50% 삭감' 요청

양진호 회장은 주변 사람을 자주 놀라게 만드는 인물이다.

슈퍼카 람보르기니를 요란하게 몰아 이웃의 잠을 깨우거나, 부하 직원을 동원해 대학교수를 집단 감금 폭행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직원에게 생마늘 한 주먹을 강제로 먹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돈 자랑, 갑질의 상징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이번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주변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1부에 이런 취지의 주장을 했다.

"저는 오랜 구금생활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배우자 이랑진 역시 여러 고소-고발을 당해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양육비를 좀 깎아 주시면…."

한마디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원심의 심판대로 양육비를 주기 어려우니 다시 산정해 달라는 뜻이다. 양 회장은 '양육비 50% 삭감'을 요청했다.

힘 자랑을 즐기던 양 회장이 "돈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자기 아이들 양육비를 깎아달라고 요청하다니. 큰 상황 변화로 보이지만, 사실 양진호 회장은 이 세상 딱 한 사람에게는 "돈이 없다"는 주장을 자주 했다.

그 한 사람은 양진호의 전 부인 A 씨다.

▲ 양진호 회장. ⓒ연합뉴스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결혼해 자녀 셋을 낳았다. 연애 시절과 결혼 초반, 양 회장은 고정 수입이 없는 가난한 남자였다. 하루 한 끼로 버티거나, 직장인 A 씨가 퇴근해 돌아와 밥을 사야만 배를 채우는 날도 있었다.

그 시절, A 씨는 양진호를 먹여 살린 부양자였다. 웹하드 사업을 시작한 양진호는 2000년대 중반부터 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과거 통속 드라마 주인공처럼, 부자가 된 양진호는 부인에 대한 고마움을 잊었다.

그는 마약, 가정폭력, 외도를 일삼고 부인의 전화를 불법 도청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이혼했다. 당시 양 회장은 약 1000억 원대의 자산가였지만, A씨와 재산을 나누지 않으려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

고액을 들여 전관 변호사를 고용하는가 하면 재판을 계속 지연시켰다. 당시 양 회장은 이런 취지로 주장했다.

"나는 돈이 없습니다."

결국 A 씨는 당시 살던 집 가격의 절반만 받고 이혼했다. 세 아이의 친권, 양육권은 모두 양진호가 가졌다. 양 회장은 2018년 11월 구속됐다. 그는 구속 직전 당시 동거 중이던 이랑진과 혼인 신고를 했다.

양 회장 구속 이후, A 씨는 세 아이의 친권-양육권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1월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은 거의 성년에 이른 첫째 아이를 제외한 두 아이의 친권자-양육자로 A 씨를 지정했다. 법원은 두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진호는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심판했다.

양진호는, 역시 양진호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법원 심판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하던 양 회장은 7개월 만에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이런 취지의 주장을 폈다.

"제가 구속된 이후 요즘 돈이 없어서, 양육비를 지급하기 어렵습니다. 반값으로 해주십시오."

사실일까? 양진호 회장 구속 이후 웹하드업체 위디스크, 파일노리를 운영하며 음란물 사업을 이어가는 인물은 그의 현 부인 이랑진이다. 이랑진의 2019년 연봉은 약 7억 원에 이르는 걸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양진호는 2019년 자기 회사에서 배당금으로 100억 원을 챙겼다. 같은 해, 아내 이랑진은 회사에서 대여금으로 약 92억5000만 원을 받아갔다. 부부 합산으로 따지면, 양진호는 구속 상태에서만 약 200억 원을 챙긴 셈이다.

수사기관은 두 사람의 수상한 돈 흐름도 포착했다. 2019년 1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 이랑진은 91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했다. 40억 원이 한 번에 현금으로 인출된 경우도 있다.

양진호-이랑진 부부는 고가의 부동산도 갖고 있다. 대지면적 273제곱미터에 이르는 양진호 소유 성남 판교 자택은 2016년 매입 당시 실거래가는 24억4000원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해당 주택 가격은 30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진호는 전 부인 A 씨에게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를 줄여 달라고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1부에 요청했다. 그는 자신과 이랑진이 양육을 맡은 첫째 아이 양육비에 이미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는 이유도 들었다.

양 회장처럼 구속 상태에서 100억 원을 버는 사람은 현실에서 드물다. 부부 합산 소득이 약 200억 원인 상태에서 양육비를 깎아달라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양진호 회장은 그토록 드물고도 드문 사람이다.

상상 이상의 행위로 사람을 자주 놀라게 하는 양진호지만, A씨에겐 전혀 새롭지 않다. 양 회장은 결정적인 순간이면 늘 전 부인 A씨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결혼 초기 A씨 혼자 경제활동을 할 때, 이혼으로 재산을 나눠야 할 때, 두 아이를 A씨 혼자 키우는 지금, 양진호는 말했다.

"나는 가진 돈이 별로 없습니다."

통속 드라마 속 어떤 인물처럼 성공한 뒤 고마움을 잊은 양진호는, 지금 미성년 아이들 앞에서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의 현 아내 이랑진 위디스크 대표는 양 회장의 비위 사실을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 B씨 등 지금까지 직원 5명을 해고했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웹하드업체에는 여전히 불법 음란물이 유통된다.

이 대표가 고소-고발을 당한 건 이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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