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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공급·불로소득 동시 차단, 발상 바꾸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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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공급·불로소득 동시 차단, 발상 바꾸면 가능하다

[박병일의 Flash Talk]

요즘 TV를 보고 있자면, 코로나와 더불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뉴스 중 하나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지난 한 달 이내 인터넷 기사만 찾아봐도 '강남 급매물·외곽 상승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다시 올랐다', '대전·세종 아파트 매매가 다시 뛴다', '다시 고개 드는 경기·인천 아파트 값' 등 부동산 관련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도권 중심의 아파트 가격 동향에 대한 기사가 지방으로까지 내려가더니, 급기야 '청주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뉴스까지 올라왔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6·17 부동산 대책도 발표되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사회개혁을 가로막는 적폐세력 및 코로나와의 싸움에 전력을 집중해야 함에도, 집권 내내 아파트 가격과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느낌이다.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말은, 곧 아파트 가격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고, 토지가격 상승은 신규로 공급되는 분양가의 상승을 견인함에 따라, 이는 다시 기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게 만드는 모멘텀(momentum)으로 작용하여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참여연대와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고,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실시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면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이게 자칫 '로또 아파트'가 되어 분양에 당첨된 사람들의 불로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즉, 현행대로 두면 고분양가 논란이 일게 됨과 동시에 건설사의 폭리와 주변 아파트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분양가를 묶자니 최초 분양자들에게 수억 원에 이르는 불로소득을 합법적으로 안겨주는 모순을 갖게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전매제한과 분양 당첨된 아파트에 일정 기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는 있으나, 이를 수단으로 아파트 가격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각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토지는 공공에서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되, 분양자가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납부하는 형태)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또한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장점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주택가격의 50∼60%에 이르는 토지 가격이 주택 가격에서 제외되기에 반값 아파트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고, 시간이 지나도 감가 상각되지 않는 토지를 분양자가 소유할 수 없기에 실수요자만 나타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가치가 경감되는 건물분만을 분양자가 소유한다는 점에서 가격이 절대 오르지 않아야 하나,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 쉬운 예로, 토지는 국가에서 소유하고, 반면 건물만 민간이 갖되, 토지를 국가로부터 장기 임대하는 형식, 즉 이론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과 거의 동일한 제도를 취하는 중국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토지를 분양자가 소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거형태는 일단 분양시장에서 인기가 없다. 과거 참여정부는 군포시 부곡지구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해 입주자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의 주택공급을 시도했다가 청약 대기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실패했던 전례가 있었다.

이 지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강남·서초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조성하였던 바, 한껏 낮춘 택지조성원가를 기준으로 아주 저렴한 토지임대료(강남 세곡지구 84제곱미터(㎡) 기준 35만 원) 책정과 주변 시세의 반의 반 값인 2억 원 남짓에 아파트를 분양함으로써 분양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매제한 기간이 풀리자 환수되지 않은 토지임대료가 건물가격 상승을 유인함으로써 건물가격이 급등하였고, 2020년 올 초에 이미 10억 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 역시 또 다른 '로또 아파트'가 되었다.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토지임대료를 시장가격과 유사하게 부과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복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나, 이렇게 되면 건물 소유만 인정받으면서도 정작 기대되는 메리트(merit)는 거의 사라져, 이러한 분양에 참여할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이며, 이 때문에 또다시 분양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분양가격은 낮추면서 이와 더불어 최초 분양자의 불로소득은 가급적 차단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은 주택의 반만 분양하는 형태라고 사료된다. 즉,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분양자 간 절반씩 지분을 갖는 공동명의로 함으로써 시세의 반값 아파트로 분양 공급하되, LH 소유의 지분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임대료를 받아 토지개발비를 가급적 회수하고, 반면 우리나라 국민의 (등기가 이루어진)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를 일정부분 충족시켜줌과 동시에, 시세 차익도 반만 용인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제도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이 제도에 참여하고자 할 민간건설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아파트 지분의 반을 공공이 무기한 보유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하는 바, 이는 국민에 대한 주거복지 차원에서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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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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