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를 밝힌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통합당 지도부가 그를 찾아가 만났지만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21대 국회 원(院)구성 문제를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하던 중, 지난 15일 민주당이 국회의장단에 이어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일방 선출하자 이에 반발해 원내대표직 사의를 밝히고 지방 사찰을 전전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1일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주 원내대표와의 전날 만남에 대해 "어제 내가 내려가서 만났다"고 확인하며 "(국회 복귀는)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테니 기다려 보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일단 더는 (우리가) 여당하고 협상할 일은 없어져 버렸다"며 그 이유로 "(여당이) 지금까지 해온 관행을 깨버렸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우리 나름의 대처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의 법주사 방문에는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송언석 당대표 비서실장이 동행했다. 이들의 법주사 방문 사실도 김 수석부대표가 20일 밤 SNS에 방문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김 수석부대표는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주 원내대표는 그간의 수많은 고민과 마음고생 탓에 얼굴은 조금 상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고 주 원내대표의 근황을 전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 글에서 "민주당도 더 이상 소탐대실의 자세가 아닌, 더 큰 대의를 위해 비우고 채우는 순리의 정치가 필요한 때임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강은 물을 버려야 바다로 간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는다"는 불경 구절을 인용했다. 여당이 양보·타협안을 내놓지 않으면 협상 재개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이 "관행을 깼다"며 "더는 여당과 협상할 일 없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취소하자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주말이 지나면 아마 주 원내대표가 다시 올라올 것"이라며 "(현재) 의회의 행태는 과거 우리나라가 항상 면치 못했던 것이지만, 이것도 종래의 사고에서 벗어나 새 시각을 가지면 어렵게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를 만난 후 이같은 긍정적 전망이 다소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 본인은 묵묵부답이다. 그는 최근 작고한 부친의 49재 불사를 드리기 위해 전날 경북 울진 불영사를 찾은 자리에서 언론 취재진을 만나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복귀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당시 "상임위원장, 법사위원장 이게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금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며 "비통함을 느낀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또 "상대 당 의원의 상임위를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폭거"라며 "저쪽(여당)에서 늘 하는 얘기가 '우리 당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당신(야당)들 그래 봐야 소용 없다'이다. 우리가 무슨 얘기만 하면 '발목 잡는다'고 한다"고 여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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