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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뉴딜'에 패러다임 전환이 안 보인다"

참여사회연구소 온라인 대담 진행..."소득 기반 체제 전환 담아야"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체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제안했으나, 정작 핵심인 '패러다임 전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사회적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이들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이 과거 재벌-성장 체제를 고스란히 답습해 현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특히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근본 차원에서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16일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마련한 '위기에서 이후를 보다: 한국판 뉴딜과 그린 뉴딜' 온라인 대담에서 제기됐다. 이번 대담은 김공회 경상대 교수의 진행 하에 나원준 경북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 이승윤 중앙대 교수의 좌담으로 진행됐다. 해당 대담은 유튜브 참여연대 채널을 통해 중계됐다.

참여사회연구소는 오는 18일 저녁에는 '그린 뉴딜'을 주제로 2차 좌담을 가질 예정이다.

"패러다임 전환 고민 없는 '무늬만 뉴딜'"

좌담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뉴딜이 실질적인 '뉴 딜(new deal)'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총 76조 원을 투입해 5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뉴딜'을 발표했다. 비대면, 녹색, 고용의 3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이 '한국형 뉴딜'이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실질적으로는 디지털 산업에 대규모 정부 지원을 해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게 한국형 뉴딜의 골자라는 게 대담 참가자들의 지적이었다(이날 대담에서 그린 뉴딜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홍식 교수는 과거 미국이 대공황 시기 마련한 뉴딜을 예로 들며 "1930년대까지 이어진 자유방임주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게 뉴딜"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뉴딜에는 "어떠한 패러다임 전환 고민도 담기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윤 교수는 "한국형 뉴딜은 1960년대부터 한국이 이어온 개발주의 성장 산업 정책의 일환일 뿐"이라며 "해당 산업에 디지털과 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여 대기업 중심으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단기적 대응책"이라고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어 노동이 큰 위기에 처한 상황을 정부가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나원준 교수는 "정부 발표를 보면 고용안전망 강화 방안은 그저 들러리로 보인다"며 "이 정도를 갖고 소득주도성장을 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공회 교수도 "과거 미국의 뉴딜에서 '딜(deal)'에 해당하는 부분이 사회안전망 강화인데, 한국형 뉴딜에는 해당 내용이 없다"며 "급조했다는 인상만 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달 21일 열린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대기업 위주의 대응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춘추관

"진보 진영이 대안 적극 제시해야"

이승윤 교수는 특히 노동 개념이 변화하는 현 시대상을 정부가 고민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거 케인지언 모델(뉴딜) 역시 여성 노동을 담론에서 제외한, '남성생계부양자의 완전고용'을 전제로 한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여성의 노동을 새롭게 평가해야 하는 시대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는 한국의 고용 위기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없는 성장 시대가 이어진 가운데,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는 게 현 위기의 특징 중 하나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상태'인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보다 55만5000명 늘어난 165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비경제활동인구는 구직 노력자로 분류되지 않아 실업자 통계에서도 배제된다.

이 교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실업대책이 포괄할 수 없는 인구가 급증한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현 국제 경제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 디지털 일자리 늘리기' 따위의 정부 발 '톱다운식 일자리 늘리기'가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형 뉴딜이 청년 일자리 정책 등으로 제시하는 정부 발 일회성 일자리 늘리기로는 위기의 근본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진보 학자, 사회단체 등도 과연 뉴딜에 관한 패러다임 전환 사고를 했는지도 반성해야 할 때"라며 "시민사회와 진보 학계가 대안을 앞장서서 제시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왜 정부만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머물렀나"

한국형 뉴딜이 일자리 문제와 사회복지 강화 방안을 더 포괄하는 차원에서 새롭게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오간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되는 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에 관한 의견도 오갔다.

윤홍식 교수는 "둘을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존 일자리 모델로는 한계가 뚜렷한 플랫폼 노동자, 숨은 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노동의 정의를 더 확장하는 권리 기반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제 임금노동에 기반을 두지 않은, 소득에 기반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국민고용보험을 도입하고, 이것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편적 사회수당(부분 기본소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대담 참가자들은 세계적 경제 패러다임이 지구화에서 저성장 시대 재정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미 변화했으나, 한국 정부 관료들은 이에 무심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며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월드뱅크와 같은 기관도 재정 건전성 유지와 인플레이션 관리 패러다임에서 소득 보장 중심으로 전환했"으나 "유독 한국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과거 신자유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에 집착한다"고 지적했다.

나원준 교수도 "포스트 케인지언의 시각에서 정부 재정은 '기능적 재정'이다. 정부의 목표가 재정 수준을 결정한다"며 "기존 주류경제학적 사고만 가진 이들에게 큰 벽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대담 참가자들은 정부의 '비상경제회의'도 '비상사회경제회의'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 정부의 한국형 뉴딜에 관한 태도, 코로나19 위기 대응 태도가 이 같은 회의체로도 뚜렷이 드러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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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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