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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본 경제를 닮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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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본 경제를 닮지 않으려면…

[박병일의 Flash Talk] "외국인 수용에 대한 포용적 합의점이 필요하다"

'우리 민족은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 민족 국가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라면 과거 역사 교과서에서 흔하게 봤을 한 토막이다. 이 문장의 의미는 '세계 여러 나라와 달리 우리는 자랑스럽게도 단일민족으로 국가를 구성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선조로부터 내려오고 있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말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단일민족이 왜 자랑스럽지?'라는 의문이 든다.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여겨지지만, 천 번 만 번 양보하여 자랑스럽다고 치자. 그런데 우리나라가 정말 순혈주의를 대놓고 강조할 만큼 단일민족인지는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우리는 5000년 역사 동안 수없이 많은 외침을 받아왔다. 주변 국가들의 침입으로 인한 전쟁이 있을 때마다, 몽골의 피가, 중국의 피가, 그리고 일본의 피가 섞여왔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단일민족이라기보다는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혼혈민족'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처럼 이민족에게 배타적인 민족이 또 있을까 싶다. 차이나타운을 예로 들어 언급하고자 한다. 탁월한 장사 솜씨로 무역업·한방업·상업·음식업 분야에서 상권을 형성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한국정착 중국인(즉, 화교)의 경제활동을 경계하던 (박정희 집권기의) 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단호한 정책을 펼쳤다. 작게는 중국집으로부터 공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화교사업 자체에 대해 인가 및 허가 취소를 하였으며, 영업 중인 업소의 재연장을 억제하고, 이들이 집이나 토지 등 부동산을 취득하려고 할 때 행정관서의 허가를 제한했다. 심지어 자동차를 할부로 사려고 하면 3급 이상 공무원의 보증을 세우도록 함으로써 자동차 구입마저도 마음대로 하지 못 하게 구속하였다. 그 이면에는 이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심지어 멀리 아프리카에까지 존재하던 차이나타운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만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으며,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인천에 소규모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는 한국에서는 한국인이 당연히 경제적 주도권을 가져야 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화교에 대한 탄압으로 나타난 정부의 조치가 잘못된 거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도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차별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한다. 심지어 정치권에서조차 공화당은 흔히 흑인들이나 라틴계 미국인들에게 의도적인 모멸감을 줌으로써 저임금, 저학력의 남부 백인유권자들이 공화당을 강력히 지지하도록 은연중에 유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소수집단을 겨냥할 목적으로 이주민 출신 의원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 혹은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가 창궐한 본인들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어떠냐'라고 노골적인 트윗을 남기는 것도 인종이나 이민족에 대한 차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경찰관의 강경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목숨을 잃은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이들 중 일부가 약탈과 방화 등을 수반한 폭력시위를 벌이자, 보수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막말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민족에 대한 차별이 옳은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한편 이민족에 대해 배타적인 나라를 논함에 있어서,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감소 사회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 역시 단일민족과 순혈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외국인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다. 많은 일본인들은 외국인을 수용하면 일본 사회에 범죄가 급증하고,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을 인정하면 일본에 대량 이민이 발생할 것이란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일본은 지역사회의 활력을 잃고, 내수시장 규모는 축소되었으며, 경제가 침체함에 따라 소위 '잃어버린 20년'으로 귀결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가 일본의 실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에 의하면, 저출산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평균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오는 2049년에는 고령화의 수준이 심지어 일본을 넘어서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은행이나 병원 등이 지방에서 자취를 감추고, 화장장과 납골당이 부족해질지도 모름은 물론, 치매 환자가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는 비참한 현실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이후 수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전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주도형 성장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그 때문에 늘 외부 경제충격에 취약했을 뿐만 아니라, 인구감소로 인해 그마저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로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고개를 드는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수출주도형 성장이 이내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대안으로 민간소비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숙련인력 중심으로 '정주형 이민'을 적극 유치해 내수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이제는 정치권에서 외국 인력에 대한 이민유치에 대해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모색할 때이며, 우리 국민들도 외국인 수용에 대한 포용적 합의점을 찾아야 할 순간이 도래하였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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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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