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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불가피한 조치'와 국방부의 '유감스런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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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불가피한 조치'와 국방부의 '유감스런 태도'

[정욱식 칼럼] 시계 제로 남북관계, 시야를 확보하려면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탈북자 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통일부의 이번 조치의 법적 타당성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넘어갔지만, 시급하고도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통일부를 비롯한 청와대와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에게 자제를 촉구했지만,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은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굳히지 않았다. 심지어 드론까지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조치의 시급한 불가피성은 이 지점에 있다. 북한은 최근 대북 전단 살포를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상응조치를 경고해왔다. 특히 통일전선부는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민간 단체에 대한 고발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남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 합의에서 약속한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를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북 전단 살포가 강행되면 북한이 고사총을 동원해 요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고사총 탄환이 남측 지역으로 날아와 우리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남측의 응사로 교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는 현존하고 임박한 위험에 해당되고 통일부의 조치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의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9.19 군사 합의에는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기로" 하면서 "기구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5km로 적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군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회피성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군사 합의에서는 군사용과 민간용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고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을 정해놓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의 기구를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도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9.19 군사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이 합의를 유지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국방부의 유감스러운 태도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한 입장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하반기에 예정된 연합훈련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인해 연합연습이 일부 조정됐으나 한미는 후반기에 계획된 연합연습 시행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는 한반도 정세 및 남북관계의 악재로 작용해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두 차례나 직접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못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 책임으로부터 국방부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의 약속을 연합훈련 중단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훈련 실시에 더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남북관계가 시계 제로 상태로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 조금이라도 시야를 확보하고 반전(反轉)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대북 전단 살포를 명확히 규제하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는 것은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다.

* 필자 신간 <한반도의 길, 왜 비핵지대인가?>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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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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