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비롯한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을 완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 조치가 실행된다면, 지난 2018년 1월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이 재개된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다시 남북 간 통신선이 닫히는 셈이다.
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남사이의 모든 통신 련락(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8일 대남 사업부서들의 사업 총화회의에서 조선로동당(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철 동지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 동지는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 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련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이에 따라 우리 측 해당 부문에서는 2020년 6월 9일 12시부터 북남공동련락사무소(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하여 유지하여 오던 북남 당국사이의 통신련락선, 북남 군부사이의 동서해 통신련락선, 북남 통신시험련락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련락선을 완전 차단, 페기(폐기)하게 된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 대해 "남조선(남한) 당국은 저들의 중대한 책임을 너절한 간판을 들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회피하면서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묵인하여 북남관계를 파국적인 종착점에로 몰아왔다"며 그 책임을 남한에 돌렸다.
통신은 "그러지 않아도 계산할 것이 많은 남조선 당국의 이러한 배신적이고 교활한 처사에 전체 우리 인민은 분노한다"며 "남조선 당국의 무맥한 처사와 묵인하에 역스러운 쓰레기들은 반공화국적대행위를 감행하면서 감히 최고 존엄을 건드리며 전체 우리 인민의 신성한 정신적 핵을 우롱하였으며 결국 전체 우리 인민을 적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신은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며 "우리는 최고 존엄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연락 중단 조치를 예고한 이후 이날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되는 개시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또 서해 군 통신선 역시 같은 시각 북한에 개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의 세 번째 담화를 발표하면서 예고됐다. 그는 담화에서 남한 내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남한 당국이 이들의 행동을 막지 않을 경우 남북 군사 합의 파기를 비롯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통일부는 당일 예정에 없던 촬영 가능한 브리핑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한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등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날인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판하며 "남쪽으로부터의 온갖 도발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남측과의 일체 접촉공간들을 완전 격페(격폐)하고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들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며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페(철폐)할 것"이라고 그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에 정부는 7일 "정부의 기본 입장은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으나, 북한은 각계 각층의 주민들을 동원해 군중 집회를 여는 등 내부에서도 반발을 이어갔고 8일 오전 남한의 연락을 일시적으로 받지 않았다.
북한이 전단 살포를 계기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지뿐만 아니라 남북 간 통신선의 전면 차단 수순에 돌입하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밝혔던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이 뒤이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북한이 이날 실행하겠다고 예고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는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었다는 점, 청와대와 북한 당 중앙위원회에 연결된 통신선은 정상회담 직전인 4월 20일 연결됐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을 하나씩 폐지하는 수순에 돌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통신은 9일 보도에서 "지켜보면 볼수록 환멸만 자아내는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앉을 일도, 론의(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 격페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남북 간 연락채널은 남북 간 정세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 왔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내려진 이후 남북 간 연락 채널은 모두 중단된 바 있다.
이후 691일이 지난 2018년 1월 3일 북한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고리로 남북 연락채널이 재가동됐다. 당시는 같은해 1월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회담을 제의했고, 다음날인 3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채널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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