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아기 상어’ 덕분에 예전만큼이야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저를 보면 잔인한 포식자의 이빨이 클로즈업된 영화 <조스>를 떠올립니다. 게다가 가난한 사람을 채노(debt bondage)상태로 만드는 고리 대금업자나 욕심쟁이 사기꾼도 (loan) shark라고 부르더군요. 하지만 저는 오늘 잔인한 포식자이자 욕심쟁이면서 진정한 사기꾼이 누군지 고발하려고 합니다.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버려지는 상어
2019년 4월경 부산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 선원들을 싣고 항해를 시작해서 사모아 섬 근처 해역까지 가서 조업한 중국어선 Long Xing 629호는 원래 참치잡이 배였습니다. 그런데 이 배는 참치뿐 아니라 제 동족인 상어를 하루에 20마리 넘게 잡았다고 합니다. 참치를 잡으면서 우연히 상어를 잡은 것이 아니라 상어를 잡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어구를 사용해서 잡았습니다.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청상아리와 귀상어까지 잡았더군요.
사람들이 상어를 잡아서 어떻게 하는지 아십니까?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은 바다에 버립니다. 상어 고기가 무게는 많이 나가지만 싼 반면에 지느러미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죠. Long Xing 629호에 얼마나 많은 상어 지느러미가 있었는지 아세요?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그 배를 떠나서 부산으로 가는 Tian Yu 8호와 Long Xing 605호로 전선 했을 때 Long Xing 629호의 냉장고 안에는 45kg들이 상자 18개에 상어 지느러미가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샥스핀만 약 800kg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Long Xing 629호의 선주인 대련수산이 소유하는 다른 어선 11척도 Long Xing 629호처럼 사모아 섬 해역에서 함께 조업을 했는데, 그 배들도 이런 식으로 상어를 잡았습니다.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을 버리는 것은 불법이다 보니 이 어선들은 근처 항구에 들어갈 때마다 검색을 피하고자 바다에서 작은 보트를 이용하여 냉장고에 보관했던 샥스핀 상자를 다른 배로 옮겼습니다.
선주 이익에 따라 상어처럼 버려진 인도네시아 선원들
그런데 Long Xing 629호는 상어 몸통만 바다에 버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배에서 일하다 사망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시신도 바다에 버렸습니다. 배에서 일하다 사망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한 달 반 넘게 부종(몸이 붓는 현상), 호흡 곤란, 가슴 통증과 같은 증상을 호소했지만, 선장은 그들을 사모아 섬에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계속 일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3명의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배에서 죽었습니다. 동료 선원들은 나중에 가족들에게 시신이라도 보내기 위해 관을 만들어 냉장고에 안치했지만, 선주의 지시를 받은 선장은 결국 시신을 바다에 버렸습니다. 그때 저는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동료가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오열하던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볼 때는 살아남은 인도네시아 선원들도 그 배에서 일하는 동안 바다에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선원들은 13개월 동안 매일 하루 18시간 이상 일을 했습니다. 중국인 선원들은 그들에게 거의 매일 욕설을 퍼부었고 일부는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인 선원과는 달리 인도네시아 선원은 욕실을 쓸 수 없어 고된 일과 후에도 선상에서 바닷물로 몸을 씻어야 했습니다. 중국인 선원은 병에 담긴 생수를 마셨지만 인도네시아 선원은 해수를 증류한 물을 마셔야 했고, 음식은 대부분 상어를 잡을 때 미끼로 쓰는 물고기였습니다. 우리 상어들이 먹는 음식을 먹다가 바다에 버려진 걸 보니 인도네시아 선원들도 우리와 같은 처지였나 봅니다.
이렇게 일하고도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선원들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동계약서 상 월급이 300달러 정도였는데 13개월 동안 총 120달러만 받은 선원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가난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브로커를 통해 인도네시아 인력송출업체에 등록합니다. Long Xing 629호 선원들은 배를 타기 위해 부산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 부당한 노동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일부 계약서에는 선원들이 일하게 될 배의 국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선원들은 부산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자신들이 탈 배가 한국 배가 아니라 중국 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임금의 반은 송출 수수료로 공제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선원들은 경제적 빈곤 때문에 심각하게 불공정한 노동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착취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노동 착취 넘어선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강요하는 불법 어업
그 선원들이 이런 착취와 학대 그리고 인종차별을 당하고도 왜 배를 떠나지 않았냐구요? 당신은 정말 바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군요. 선원들은 배를 타자마자 선장에게 여권을 빼앗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3개월 동안 Long Xing 629호에서 조업을 하면서 한 번도 항구에 정박한 적이 없으니 탈출이나 도움을 구할 할 기회도 없었던 거죠. 게다가 선원들은 인력송출업체에 지불한 이탈보증금과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부당한 계약 조건 때문에 중간에 배를 떠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선원들은 죽을 정도로 몸이 아파도 집에 돌아가겠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죽어서도 바다에 버려져 집에 가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Long Xing 629호에서 일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겪은 인권침해가 단순한 착취를 넘어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인신매매는 앞에서 말한 불법 어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가까운 바다에서 조업이 어려워지자 배는 더 먼 바다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배가 멀리 나갈수록 그 배에서 일하는 사람은 더 취약해집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업을 하는 선주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특히 Long Xing 629호에서 벌어진 선원들의 죽음은 상어 불법 어업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 배는 상어 지느러미 불법 채취가 발각될까 두려워 선원들이 죽을 정도로 아파도 항구에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법 어업과 어선에서의 인신매매가 흔하게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 늘 안타까웠는데 지난 5월 5일 한국의 방송국(MBC)에서 Long Xing 629호 사건을 보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평생 이런 일을 보아온 상어로써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노동 착취와 학대, 인종차별과 인신매매는 한국 어선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제와 감시 없는 불법 어업으로 죽어가는 상어와 노동자
공익법센터 어필과 국제이주기구가 펴낸 <바다에 붙잡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선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도 국제적인 기준에서는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 해당합니다. 또 한국은 2013년 EU와 미국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을 받았고 그 지정이 해제된 이후 2019년 다시 미국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 지정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사조산업이 상어인 저도 만나기 힘든 멸종위기종 미흑점 상어를 불법으로 포획하여 냉장고에 보관 중인 참치의 완충재로 썼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전지적인 상어로서 어선에서 인신매매와 불법 어업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감시가 없고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법 어업을 막기 위해 어선에 자동신원확인시스템(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을 장치하도록 하였으나 Long Xing 629호는 대부분의 조업 기간 동안 그 장치가 꺼져있었습니다. 중국법상 대련수산은 고용주가 아니라 파견을 받은 사용사업주일 뿐이어서 임금을 받지 못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대련수산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가 없고 공해상에서 벌어진 불법 어업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비감시와 비규제는 한국 어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선원에 대한 노동 감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법적인 공백 때문에 시간제한 없는 노동과 최저임금의 차별도 가능하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마치 상어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라도 되는 듯이 호들갑을 떨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샥스핀과 캐비어 때문에 매년 상어 1억 마리가 사라집니다. 그러니 제가 매일 지느러미가 잘린 채 눈을 끔뻑이며 끝도 모를 바닥으로 떨어지는 악몽을 꾸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해양생태계의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는 우리 상어를 이렇게 많이 잡게 되면 바다표범이나 물개 같은 바다 포유류의 개체 수가 늘어나 작은 물고기가 줄고 플랑크톤이 증식해 해양 생태계는 교란되고 그 피해는 결국 육지까지 미친다는 것을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요즘에는 상어 지느러미로 요리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콜라겐까지 만들어 판다니 앞으로 우리가 멸종되는 건 아닐지 두렵습니다. 또한, 불법 어업을 위해 선원들을 또 얼마나 착취하고 강제로 노동을 시킬까요. 이러면서 누가 누굴 보고 잔인한 포식자요, 욕심쟁이요, 사기꾼이라고 하는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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