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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첫 번째 원칙, '루틴'은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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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첫 번째 원칙, '루틴'은 나의 힘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참장 연습은 잘 되나요?"

"아~ 시간 나면 해야지 하는데, 자꾸 잊어버려요."

"십여 분 정도 시간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거예요. 다만 마음을 다잡고 집중해서 할 시간을 찾다보면 못하게 될 수 있죠.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들 가볍게 풀고 그냥 하세요. 잘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잘되든 안 되든 매일 그 시각에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시간에 맡기세요."

"그냥 루틴으로 해야 하는군요!"

"네, 맞아요!"

상담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먹고, 움직이고, 숨쉬고, 잠자는 일입니다. 환자들이 다 아는데 안 된다고 하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길 권합니다. 점심 먹고 10분 햇볕 쬐면서 산책하기, 자기 전에 휴대폰 보지 않기, 자려고 누워서 10분간 심장박동에 맞춰 숨쉬기 연습하기, 일주일에 한번 간헐적 단식하기, 아침에 일어나서 맨손체조하고 가벼운 스트레칭하기 같은 것이죠.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환자처럼 그것도 자꾸 까먹는다고들 합니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무의식중에 건강을 위해 안하던 것을 한다는 인식 때문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합니다. 너무 거창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때 되면 밥 먹는 것처럼, 자신의 생활리듬에 맞게 특정 시간을 딱 정해두고 그 때가 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 것을 권합니다.

말 그대로 그냥 하는 것이죠.

사전은 '루틴 routine'을 '판에 박힌 수작', '정해진 순서', '진부한 것', '늘 하는 일과' 라고 설명합니다. 컴퓨터 용어로는 프로그램에 의한 컴퓨터의 일련의 작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결국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때가 되면 하던 대로 반복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움과 변화를 강조하고, 창조적이고 특별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사회와는 좀 동떨어진, 왠지 조금 진부하고 게으른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프로 운동선수들은 루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좋은 성적을 가져왔을 때는 자신의 루틴을 분석해서 이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요. 검도장에 가면 5급의 초보자도 5단의 고단자도, 본격적인 개별운동에 앞서 일련의 동작들을 연습합니다. 기본동작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다른 운동들에도 공통된 부분이지요. 지루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집중하기도 하지만 늘 하던 것이라 건성으로 하는 이 반복 작업이 운동실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물론 일부 천재들은 예외로 합니다).

루틴으로 하는 동작들이 시간과 만나면 그 운동을 하는데 적합한 몸과 마음의 상태로 사람을 바꿉니다. 낙숫물이 섬돌을 뚫는 일이 벌어지죠. 많은 성공학 책이 이야기하는 '일만 시간의 법칙'도 어쩌면 루틴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는 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루 십여 분이라도 나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루틴으로 하길 권합니다. 그것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으면, 작은 변화가 마중물이 되어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너무 잘 하려고 '이것으로 뭔가 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시작하면, 쌓이는 시간이 도리어 짐이 되기 쉽습니다. 무심하게, 큰 기대하지 않고, 그냥,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겁니다. 뭔가 한다는 의도 없이 하다보면 몸과 마음의 긴장 또한 내려놓게 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힘은 나를 조금씩 건강하게 바꾸고, 또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나의 지지대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루틴 routine'을 '루팅 rooting' 이라고 부릅니다. 지루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이 어느새 삶의 든든한 뿌리가 되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때론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내일의 변화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인 경우도 있습니다. 내게 맞는 루틴이 그런 것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상과 인간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란 이야기를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어쩌면 사라지거나 매우 제한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과 자신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삶을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루틴이 뭘까 한번쯤 고민해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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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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